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와 그의 공통점을 자꾸 찾게 된다. 어라, 이제 쌀쌀한데도 차가운 아메리카노 마시네? 나랑 비슷하네. 주말에 음악 영화 보셨다고요? 저도 음악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해요. 시답지 않은 모든 것들 - 모든 커피는 차갑거나 뜨겁거나 둘 중 하나이며, 한국인 중에 음악과 영화 싫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이 우리 관계를 필연으로 만들 고리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에게서는 나와 다른 점만 눈에 띈다. 아, 나는 강렬한 여름이 좋은데 더운 건 싫다고 하는 사람이라니 나랑 참 다르네. 애교 많은 강아지를 좋아한다니, 고양이를 사랑하는 나와는 잘 되기 어렵겠어. 연결고리가 될 법한 것들 - 그래도 여름의 싱그러움은 참 좋지요?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은 이 세상을 조금씩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천사들이에요. - 도 굳이 반대편으로 밀어서 내쳐리는 게 되는 식이다.
이런 공식은 고양이와의 관계에서도 해당된다. 고양이를 좋아하다 보니, 남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 만한 소리를 하게 된다. 사료 투정을 부리는 고양이를 보면 속상한 마음이 들면서도 "편식 같은 건 안 닮아도 되는데, 으휴..." 같은 소리를 하게 된다. 고양이의 말수가 적은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날 닮아서 그런가 봐."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고양이가 날 닮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이런 말들을 하게 된다. 나의 고양이야, 너는 내 운명이란다 (찡긋). 그래도 편식은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