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by 김호섭


계단에서 굴렀다. 잘못된 판단의 당연한 결과인가.

그런데 웬걸 떼쓴다. 아니라고 떼굴떼굴.

과정은 즐거웠다. 싱글벙글.

들고 올라가던 쇳덩이 당근테이블은

짐덩이 캔낫에이블.


돌진하는 건 추락의 죄. 신이시여.

잃은 건 균형의 미학. 삐끗.

놓친 건 한 줄의 문장. 아이고.

찰나에 필요한 건 언제나. 역동작.

엎어진 건 땅에 떨어진. 나의 고집.

그렇겠지. 그럴 거야.

그냥저냥 올라가는 계단은 없다.


쓸모없어진 건

마스크와 전단지만이 아니다.

도리도리 나의 고집.

그렇겠지. 마땅해.

고집은 아집의 고향.

세상에 설렁뚱땅

그냥저냥 되는 일은 한치도 없다.


값이 있다. 치러야 할.

아프지만 아려하면 안 될.

제값.


문장이 자꾸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