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보면, 가끔은 희한한 문장도 만난다.
"당근~"
동네 카페 <봄날> 사장님이 가게를 접는다고 나눔을 하신단다. 테이블과 의자 몇 개다.
당근 나눔계의 거목인 문학 소년은 잽싸게 문자를 날리고 휘리릭 잡아챈다.
이런 좋은 찬스는 놓치지 않을 거예요. 희애스러운 혼잣말하며 점심시간을 이용해 달려가 보니 아이고...
테이블 받침 기둥이 쇳덩어리다. 테이블 하나가 대충 35.87kg 은 되어 보인다.
한낮의 태양은 대략 33.48도. 쇳덩어리와 태양을 이고 지고 통곡의 언덕을 넘어 통한의 2층 계단을 오르다가
그만 삐꺽. 이제부터는 슬로모션이다. 머나먼 지구로 추락한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보이시는가. 저 날개 없는 추락이.
35.87kg + 33.48도에 와장창 깔릴 뻔했다.
다행히 타고난 운동신경덕에 다친 곳은 없다.
천사 같은 옆방 어머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방구석에 들여놓은 테이블.
그제서야 보인다.
"남자 화장실 없어요." 아이고 인간아... 곡소리만 나온다.
문득, 짧은 글 한구절이 염통에서 솟아나 위장을 역류하더니 목울대를 댕댕 울리며 저절로 기어 나온다.
보조책상 하나 건져보려다
봄날은 가고 이렇게 여름날이 온다
한 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이 단호한 계절이여.
온통 쏟아지는 건 허름한 땀방울이냐
자신도 자신을 알 수 없는 어처구니냐
그 망할 놈의 눈물이냐
남자화장실도 없다 하니
아뿔싸. 서러움은 더 하여라.
근본 없는 웃음은 저 혼자 흐르고
팔목발목과 어깨는 욱신거리고
가슴은 울렁대다 울컥거리고
다 함께 자꾸 괜히 서럽지만.
내. 저 문장은 뜯지 않고 고스란히 기억하리.
눈에서 비 오듯 땀나는 어느 여름날에
단단히 새기는 한 문장
"남자 화장실 없어요." 아이고.
길 위에는 근사하고 어여쁜 문장만 있는 게 아니다.
희한하게도
괜히 슬퍼지는 문장도 있다.
자꾸 서러워지는 문장도 있다.
사는 게 그렇다.
기어이 난 이 문장 위에서
길을 찾고 마음을 쓸 것이다.
사는 게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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