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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Mar 30. 2022

도전, 그 매력에 대하여.

공부하는 아빠, 도전하는 아빠

'도전'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도발'은 너무 세고, '응전'은 상대방이 걸어온 싸움에 대응하는 수동적인 표현이라 왠지 싫다.

반면에, 도전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의와 투지가 오롯이 담겨있고 그 단어의 외침만으로도 그 간결함과 가열참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긴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시도한 이런저런 도전 중에는 자잘하고 미약한 성공의 결실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도전은 중도하차 또는 실패가 우세종이다.

돌이켜 보면, 무리한 욕심으로 시작은 했으나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고, 사소한 실수나 방심으로 낭패를 본 경우도 있었다. 그러한 경우가 인간관계일 경우에는 후유증이 꽤나 오래가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관계 측면의 도전들, 이를테면 새 친구 사귀기, 정주고 마음 주기, 고민 상담하기 등의 분야에서는 솔직히 나이가 들수록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관계가 실패나 악화로 갈 경우 상처가 남고 또 그 후유증을 극복하려면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니 말이다. 

예전에는 마당발 핵인싸였는데 지금의 나는 MBTI 검사에서 I로 시작하는 그 무엇인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나의 현재 위치가 무슨 유명 정치인이나 스포츠 선수 또는 어느 한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인플루엔서는 아닌 만큼, 그 도전의 종류는 당연히도 사뭇 소소하며 검소한 소시민의 일상적인 일들이다.

예를 들어,

- 하루 만 오천보 걷기, 하루 하프푸시업 오백 개 하기. (가진건 몸하나. 더 고장 나기 않게, 고장 난 곳도 살살

  고쳐가며 살아가기 위해서)

- 매주토요일, 일요일 도서관가기. (고전/인문학 300권, 문학 500권, 비문학 200권 도전하기)

- 브런치 작가 되어 글 100개 올리기. 책 출간 작가 되기.

- 토익 900점 돌파하기. (외국 작가들의 서적 또는 출판물을 번역본이 아닌 원서로 읽고 감상하기 위해서)

- 기타 배워서 동네 공원에서 공연하기.(악기로 감정 표현하기 ~)

- 커피바리스타 1급 자격증 따기. (커피 마시며 독서하려고. 2급은 3년 전 취득했지만 장롱에 고이 모셔놓음)

- 유튜브 해보기.(책 추천? 책 리뷰 ? 음악과 책 ?  주제는 아직 고민중)

- 메타버스 / NFT / 어쩔 TV / 저쩔냉장고 배우기. (시대의 Trend, 개념은 알아야 하기에...)

- 마을 신문사 차리기. (지역 봉사활동 차원)

- 신규 오픈한 동네 마트의 '스티커 100개 모아서 붙여오면 사은품을 드립니다' 같은 마땅히 해야 할 도전들.

 

뭐 그런 것들이다. 올해 2022년 계획한 도전의 아이템들이다. 참으로 야무지다.

이렇게 적다 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라 하는지 대략적인 방향성이 보인다. 대부분,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 나름 필요하다고 보는 일련의 활동들이다.

궁극적인 목표인 좋은 작가가 되는 길은 멀고도 멀겠지만, 촉을 세우고 이런저런 Drive를 걸고 경험하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작가로서의 소양과 기본이 갖춰지지 않겠어?  그러다 보면 '언젠가' 뭐든 되겠지? 

근거는 없지만 나름의 짱짱한 패기가 엿보인다. 이러한 소망을품고 소소하지만 재미난 도전을 시도하고있는 중이다.


청년시절은 이보다 더 크고 가슴 웅장한 목표와 도전의 연속이었던 치열했던 시절로 기억된다만,

먼길 돌아와 거울 앞에선 장년의 이 나이에는 너무 기준이 높거나 장벽이 높은 도전은 되도록 삼가는 편이다.

괜한 욕심에 무리가 오게 되고 혹여나 어떤 성과나 결론이 없게 되면 자존감은 물론 자신감도 바닥을 치니 이래저래 상처가 깊다. 

가급적 기대치를 낮추고 회복탄력성에 문제가 없을 그런 고만고만한 도전을 하다 보면 한두 번의 실패에도 지속적으로 열정을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정신 건강에 좋고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어떤 성과나 결과에 애면글면하지 않고 내가 좋아라 하고 타박하는 이도 없으며 치열하게 신경 써야 하는 경쟁자도 없으니 그저 내 맘대로 선택, 중도하차, 재시도를 할 수 있는 이러한 자유스러움도 장년의 나이 때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먹고사니즘을 위한 박터지는 실무적 공부가 아니라, 어쩌면 지금쯤의 나이대가 진정 좋아하는 분야의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이래저래 많은 생각이 든다.  




워낙 호기심천국인 성격에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도전을 서슴지 않는 편이지만, 가장 즐기는 도전은 "공부"다.

학창 시절 평범한 범생이였던 나에게는 나이 들어서도 매우 적합한 취미활동이다. 

조금 재수 없지만, 한마디로 취미가 공부인 것이다. 

특별히 큰돈도 안 들고 많은 사람이 모일 필요도 없고 어떤 장소도 굳이 필요치 않으니 혼자서도 집에서도 얼마든지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는 취미이니 이 얼마나 좋은가.


그런 기특한 사유의 연장에서 최근, 국제무역사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였다.

명색이 해외사업, 해외영업 업무에 수십 년 경력을 자랑하지만 번듯한 자격증 하나 없어서야 되겠느냐 라는 자성에서 시작되었다.

작년 겨울 11월 말부터, 주말마다 틈틈이 공부를 하곤 했는데 연 2회 있는 올해 첫회 시험은 는 지난 2월에 있었다. 물리적,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으나 시험의 난이도나 현장 분위기도 알아볼 겸, 시험에 도전하였고 결과는 당연지사 불합격.  시험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현업 실무에서의 지식보다는 제반 법령, 법규의 세세한 판단과 국제법상의 다양한 해석 등을 판단하는 능력은 절대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는 무리가 따르는 일이었다.  (이거 무슨 고시 같은데?)

주말을 반납하고 첫새벽부터 밤늦도록 영혼을 갈아가며 도전한 노력은 그만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  

겨우 반타작에 허덕이는 점수표를 보고 며칠간 망연자실 정신줄을 놓고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 짧은 공부시간에도 불구하고 반이나 맞췄네~'

'수험생들이 대부분 2030 젊은이들이고 낼모레 60인 아저씨는 나뿐이던데 이만하면 아직 쓸만한 Brain 아닌가?' 무엇보다도

'나이에 상관없이 아빠가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익히는데 두려워하거나 주저함 없는 도전정신으로 충만해 있으며, 끊임없이 공부하는 마음과 자세를 우리 아이들이 바라보며 그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이라도 주지 않겠어?' 정답 없는 인생길을 아이들이 무난히 헤쳐나가도록 공부하는 아빠, 도전하는 아빠, 행동하고 실천하는 아빠의 모습. 그 자체를 통해 인생선배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아이들이 느낄 수 있다면, 살아가면서 마주칠 역경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단단한 마음, 나름의 좌표를 찾는 방법을 물려줄 수 있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말이다.  

섣부르게 하는 말들. 그저 힘내라는 무의미한 조언이나 방향성 없는 몇 마디 말보다는 보다 훨씬 품격 있고 우아하지 않은가?




멍 때리고 며칠간 상심의 시간을 마냥 흘려버리고 있다가, 다시금 벽돌 같은 교재를 펴 들고 배움과 도전의 길로 뛰어든다. 수십년전 얘기지만, 제물포고등학교 전교 3등의 위엄과 영민함을 업계에 보여줘야 하지 말이다.

아니, 이제 그런 허세 충만함 또는 재수 없음 보다는, 

배우는 즐거움과 도전하는 즐거움의 그 짜릿한 매력을 놓치지 않고 또한 지속 가능한 열정을 놓지 않기 위함이 가장 큰 목적이다.


포기도 빛의 속도로 빠르지만 그 어떤 시작, 재시작도 이에 못지않게 빠른 나의 이 성향을 어쩔 땐 궁금하기도 하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거니까, 그저 내 취향, 호흡과 속도에 맞게 뭐든 시도하고 도전하면 되는 거겠지. 결과에 함몰되지 않으며 과정 속의 행복을 느끼는 그런 할아버지.  

지. 덕. 체를 겸비하고 잘 울고 잘 웃는 감정선 풍부한 작가 할아버지. 내가 꾸는 꿈이다.  


 "무한 ~~~ 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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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섭


(제목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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