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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Apr 08. 2022

쓰지 않던 근육의 분노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근육 통증은 대부분 두 가지의 경우에 발생하곤 한다.

무리한 동작이 지속적으로 가해져서 특정 근육에 피로도가 누적될 경우에 발생되는 만성통증과

갑작스러운 동작으로 쓰지 않던 근육에 발생하는 급성통증이 그것이겠다.

최근에 급성통증으로 약 보름간 고생을했다. 조금만 삐끗해도 여파가 오래가니 슬슬 나이가 든 것이 분명하다.

  

매일같이 오르내리는 공원 초입에는 배팅머신 야구장이 있다. 자동머신에서 야구공이 날아오면 받아치는 역사와 전통의 그물 야구장이다. 최근 거의 5년 가까이 공원에 매일 오르내리면서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고 그저 젊은이들 하는 거 잠깐잠깐 구경하는 방관자였던 나에게는 별 관심이 없던 장소이다. 야구보다는 축구를 더 좋아라 하는 취향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쾌청한 토요일, 투타에 열중인 찬호형을 보다가 갑자기 이게 하고 싶어 진 거다.

남들은 나이가 들수록 만사에 의욕도 사라지고 욕망도 줄어든다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하고 싶은 게 많아지는 걸 보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난 참 희한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역주행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의견이 댓글에 달린다면 이는 매우 감사한 일이겠다.

아무튼, 무의식의 이끌림에 따라 어느새 나는 잔뜩 폼 잡고 타석에 서게 되었고 어느 날 갑자기 적극적인 참여자가 된 것이다.


몸이 기억하는 것이 가장 무섭다고 했던가?

몇 번의 공을 겨우 겨우 건들다가, 어느 한번 "깡"하고 알루미늄 배트의 경쾌음과 함께 제대로 마수걸이 홈런성 타구를 쳐버린 거다. 어릴 적, 동네 깡마당 야구팀 부동의 4번 타자 아니였던가. 배트를 맞고 떠나는 공의 아름다운 궤적이 직선을 그리며 힘차게 날아가는 순간은 마치 스포츠뉴스 오늘의 명장면에 버금가는 기가 막힌 파노라마 그 자체였다.

아직 희미하게라도 살아있는 나의 운동신경에 경탄을 하면서,

'캬~  이 맛에 사람들이 이걸 하는구나!!!' 혼잣말에 이어,  

밖에서 구경하던 행인 1,2,3의 감탄과 응원이 터진다.

"오 ~ㄹㄹㄹ~~ 아저씨. 멋져요."

자신감은 올라가고 아드레날린은 그야말로 폭발 지경이 돼버렸다.

잠깐이지만 남들의 관심을 받아 보는 건 거의 백만 년 만인 듯 하니 말이다.

그러나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이어지는 타석에서 잔뜩 힘이 들어간 나의 헛스윙은 허공을 세차게 갈랐고,

순간, 오른쪽 팔꿈치가 찌릿하는 통증이 느껴졌다. 역시 욕심은 금물이었다. 부어오른 통증은 쉬 가라앉지 않았고 보름 정도 기간 동안 파스와 통증약 신세를 져야만 했다.

그러게, 언제 어디서나 자만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들어야 하는 법이었다.


수많은 세포와 근육으로 구성된 인체의 신비를 일반인들이 이루 다 알 수는 없으리라.

그러니, 우리가 살면서 인체의 모든 근육과 기능을 제대로, 제때, 원활히 쓰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은 기초적인 궁금증 이겠다.

그렇다면 그보다 더 복잡 다난하고 신비로운 우리의 마음은? 감정은? 우리의 영혼은? 어떠한가.

오욕칠정 희로애락의 인간사는 수억만 년 인류의 다이내믹한 역사가 말해주듯 혼돈과 무질서가 반복되는 불확실성의 세계였으며, 인공지능과 로보틱스가 만개한다는 4차 산업혁명. 21세기 현재에도 인간의 마음, 감정과 영혼의 동작 메커니즘, 원리를 그 누가 자신 있게 꿰뚫고 통찰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일개 작가 지망생이 이런 거대한 화두를 논하는 건 언감생심이겠고,  이러한 부분의 연구는 뇌과학자, 심리학자, 종교인, 철학자, 의료인 등 전문가의 영역 또는 신의 영역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겠다.


다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근육이나 신제적 기능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마음도 감정도 영혼도 갑작스러운 사용 또는 잘못된 사용이 일어났을 때 탈이 난다는 점이다.

마음 근육에 탈이 나는 것. 우리는 그것을 분노라 부른다.

일상적으로 쌓여가는 걱정, 불안, 긴장, 또는 두려움을 신체적인 통증에 비유하자면 만성 통증에 가까운 아이들이라 한다면, 분노는 급성통증이라 비유할 만하겠다.

평소에 말없이 조용하고 조신했던 사람이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고 분노하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된다.

분조 조절 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러한 경우의 대부분 자기 조절이 안 되며 주변 사람들마저 화들짝 놀라게 되지만 사실 가장 크게 놀라고 당황하는 사람은 바로 본인이지 싶다.

분노를 야기한 맥락과 상황이 어찌하든, 그럴만해 라는 정당성이 있든 없든, 막상 사태를 일으킨 본인은 그 마음 통증, 후유증이 꽤나 오래가고 시리게 아프다는 일반적인 특성이 있다. 특별한 약이나 파스도 없다.

만성통증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특히나 갑작스러운 분노는 마음의 탈 뿐만 아니라 혈압상승, 두통, 신경통, 소화불량, 뇌질환 등 육체적인 고통도 수반한다는 사실은 굳이 우리가 의사나 의료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느껴 온 삶의 소중한 경험 아니던가. 공간이 정신을 지배한다는 말보다는, 정신이 신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훨씬 우리에게 납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낭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예방이 필요할까?

큰 불이 확 나지 않도록 평소에 잔불처리에 좀 더 신경을 써야 될 일이겠다.

아구선수가 매일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우고 단련하여 불규칙 바운드, 고의적 폭투에 대비하듯 우리도 마음 근육 단련을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도 인생살이의 선수 아닌가?

이러한 감정이나 마음 또한 그때그때 솔직하게 표현도 하고 주장도 하면서 그 근육을 키우고 단련해야

큰 불을 막고, 큰 낭패, 마음고생을 줄일 수 있겠고 수시로 맞닥뜨리는 인생의 불규칙 바운드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인간관계속의 불편 부당한 사안들, 개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타인의 무례 또는 무분별한 간섭들에 더 이상 내 시간과 내 삶을 휘둘리지 말고 연연하지도 말고 단호한 입장과 표현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주야장천 이불 킥만 하다가는 마음의 찌꺼기가 쌓이고 쌓여 어느 날 갑자기 와장창 폭탄은 터지는 법.

Surprise는 프러포즈 이벤트 이외에는 서로간에 별로 반갑지 않지 말이다.

 

인간관계 속에서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타인에게 불편함 주지 않기 위해서, 사람 좋은 웃음으로 넘기고 무마했던 그 수많은 시간들의 최종 피해자는 결국 돌이켜보면 '나' 였으니 이제 그 지긋지긋한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힘차게 던져 버리기로 하자.


마음에도 생계형 잔근육을 탄탄히 다져봄이 어떠한가.

조신하지만... 한 '욱'하는 성격 탓에, 살면서 여러 낭패가 많았던 나에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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