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 인천' 이라니요.

어서 와 인천은 처음이지?

by 김호섭

'마계 인천'. 어느 날인가 SNS에서 접한 단어다.

예전에 어느 몰지각한 국회의원의 '이부망천'이라는 망언은 들어봤어도, '마계 인천'이라니.

어떤 뜻인지 몰라도 벌써 으스스한 느낌의 단어다.

친절한 네티즌들은 "악마의 세계를 뜻하는 마계(魔界) + 인천의 합성어로 인천시를 조롱하는 일종의 지역 드립이다."라고 알려준다. 다소 농담조로 쓰이는 말이겠지만,

인천 토박이인 나로서는 불편한 마음 금할 길 없다. 더군다나 폭력, 강도, 밀수, 밀매 같은 강력범죄가 판을 치리라는 고담스런 의미라니 더욱 그렇다. 내 고향 인천에 왜 이런 별명이 붙었을까?

언뜻 생각해보니, 인천은 아무래도 항구도시라는 터프하고 강한 이미지 때문에 이러한 별명이 붙여진 배경이기도 하겠다.




장면 1.

항구도시 인천.

부두를 주변으로 창고, 물류, 운송, 수출입 유통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일자리들도 대부분 힘쓰고 몸쓰는 험한 일들이다. 약 5년 전에 인천의 연안부두와 남항부두에서 날일 알바를 한 적이 있다.

연안부두에서는 냉동 창고에서 입출고를 하는 일이었는데, 하필이면 그것도 한겨울에...

러시아, 중국, 유럽 북해 연안에서 잡혀 냉동 포장된 다양한 어류들이 새벽마다 인천항에 도착되고 물류 저장 및 유통을 위해 다수의 40피트 하이큐 풀 컨테이너에 실려 연안부두 어시장 근처 도매 유통업체들에게 분산 도착된다.

대부분 제품들이 20kg가 넘는 포장단위인데 꽁꽁 얼려진 제품들의 무게는 얼추 30kg 이 훌쩍 넘는 듯했고,

부실공사가 분명한 아스팔트와 바닷물의 소금 염분 그리고 해풍으로 뒤섞인 주변 도로는 이상한 화학작용으로 한여름 폭염의 도로처럼 질퍽거렸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런 작용이 일어나는지 궁금하긴 하다.

가끔 여기저기서 싸움도 일어난다. 조금이라도 빨리 물건을 받으려는 실랑이다.

어지간한 싸움이 아닌 이상, 경찰에 신고도 안 한다. 빈 컨테이너가 떠나면 다시 형님, 아우 한다.

여기서 나는 이고지고 엎어지고 넘어지고 그렇게 장장 3일을 버텼으나, 러시아산 냉동 방어를 들러메다 그만 허리를 삐끗.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상남자들의 세계에서 요령 부실한 아저씨는 그저 순삭으로 해고될 뿐이었다.


연안부두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오면 남항부두가 있다.

남항부두에서는 낚싯배 뱃일이었다. 30톤급 중형 어선에 낚시꾼들을 태워서 근해 연안 (팔미도, 연평도, 덕적도... 등등)에서 광어, 우럭 낚시를 하는 어선이다. 출항 전 새벽에 연료용 기름, 쌀, 기타 부식을 또다시 이고 지고 엎어지고 넘어지고 대략 한 달은 버틴 듯 하지만 그만두었다.

연안부두는 나에게 험악하고 추웠으며 매우 아팠던 기억으로 존재한다.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면, 이 악물고 버텨야 했던 당시의 상황 속에서 장착된 강인한 눈빛과 생계를 위한 실존주의다. 생존을 위한 모든 노동은 존재를 증명하기에 엄숙하고 숭고하다.


바닷가 사나이들의 이런 억세고 험한 단면이 외지인들이 보기에는 폭력과 범죄로 연상될 수도 있으니

마계 인천으로 연상될 수도 있겠다.




장면 2.

송림동은 인천의 구도 심중에서도 끝판왕 구도심이다. 수십 년간 눈에 띄는 발전이나 변화가 거의 없는 아주아주 오래된 동네이다. 나의 유년기와 학창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동네이다.


80년대 초반, 영어회화 공부를 위해 자주 보았던 주한미군방송 (AFKN)에서 어느 날인가

매우 낯익은 우리 동네 모습이 나오며 "한국의 할렘가"라는 Title로 소개되고 있었다. (창피 또는 부끄러웠던 기억보다는 그저 신기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생활환경이 열악하며, 범죄와 폭동이 수시로 일어나는 곳... 할렘가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처럼

그야말로 달동네, 산동네 아래의 무시무시하게 허름한 상가지역이었으니 외국방송의 시선에서는 그럴 만도 했겠다. 그야말로 마계 인천의 포스 넘치는 총 본좌? 대략 그렇다는 얘기다.

최근까지도, 이 동네는 다양한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무뢰한' '도깨비' '염력'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조차 없다.

심지어 비(정지훈)가 출연한 드라마 촬영 당시 우리 집에서 조폭과 형사들이 싸우고 부수고 다양한 액션 누아르를 한참이나 촬영했었다. 70 ~ 80년대 가옥, 거리 풍경을 현재까지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보니 이런 장르의 영화, 드라마 촬영 섭외가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나름 핫플이다.


이 또한 마계 인천이라는 네이밍에 일조하는 장면이겠다.




지금은 인천의 경제, 사회, 행정 대부분의 중심권이 개발지역이자 부자동네인 송도, 청라, 부평 등지로 옮겨간 지 오래지만, 일부 구도심 동네에서는 위에 언급한 장면들 외에도 검은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어오를 듯한 포스 넘치는 장면들이 넘실거리는 동네들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그 동네들은 이름마저도 독특 발랄하다.

싸리재, 배다리, 깡 마당, 수문통, 양키시장, 개 건너, 범아가리, 독쟁이, 터진 개... 그리고 차이나 타운.

이 포스 장난 없는 동네들은 인천에서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들은 익숙할 것이다.

가끔 택시기사님들께 행선지를 이렇게 말씀드리면 내비게이션의 도움 없이도 척척 찾아가 주신다.

별 것 아닌 일이겠으나 역사를 함께 인지하고 공유한다는 사실은 훈훈함, 정겨움 으로 이어진다.


이래저래 강하고 험악한 이미지임에도 나는 이런 야생의 도시. 인천이 좋다.

야생! 이 얼마나 살아서 펄펄 뛰는 자연의 언어인가.

다소 인상은 험악하고 오고 가는 단어는 세고 투박해도 난 인천사람이 좋다.

험난한 삶의 현장에서 정직하고 진솔하게 살아가는 이웃들.

자연의 언어, 몸의 언어를 좋아하는 사람들. 얼마나 따수하고 정겨운가.


한편으로는 다른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애써 생각도 해본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님 공식 서포터스 '붉은 악마'처럼 말이다. 또한 모든 도시에 이러한 닉네임이 붙는 것은 아닌 만큼, 특색 있는 도시에게 부여된 개성 넘치고 유쾌 발랄한 별명이라고도 이해해 봄직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계 인천'이라는 네이밍도 마냥 부정적으로 볼 건 아닌 듯싶다.




나는 마계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나는 전투적으로 생계를 이어오신 어머니께서 키운, 마음 따스하고 정 많은 한복집 아들이다.

나는 양아치도 폭력배도 아니다. 어릴 적 그런 성향의 몇몇(?) 분들께 얻어맞고 돈도 뺏기고 그런 적이 있지만... 다 옛날 얘기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어쨌거나,

인구 절벽의 시대에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는 이상한 도시, 300만 광역 대도시.

첨단 문명과 어마 무시한 수출공단과 야생이 함께 흘러넘치는 복합 문화도시.

하늘길, 바닷길, 땅길, 산책길 모두 열려있는 All ways 사통팔달 도시.

"해 끼치지 않아요 ~ 드루와 드루와! '인천'으로 놀러 ~~~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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