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려나

by 김호섭


떡구이는 쌀맛의 순결한 원형이다.


<연필로 쓰기> - P 184, 김훈





<피려나> - 문학소년


초장 맛의 원형은 무엇이고

대왕문어는 바다 맛의 원형이려나

송이주 맛의 원형은 송이인가 땅인가 이슬인가

각각은 잘 몰라도

함께하는 맛은 환상의 골짜기 저 너머

이 맛들의 원형은 깊은 꿀


담백한 문장의 원형은 무엇일까

포근히 안아주는 쉼표

눈물로 씻은 마침표

한마디 정갈한 느낌표


사는 맛의 순결한 원형은 무얼까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다정

폭풍우 속에서도 춤출 줄 아는 용기

진땀에 절인 하얀 그림자


원형과 본질을 바라보는 힘에는

새의 눈도 곤충의 눈도 필요하다던데

막막한 쓰는 맛도

먹먹한 사는 맛도

자꾸만 궁금하여라


한 문장이라도 써보고

한 잔에도 취해보며

들숨과 날숨

한 숨에라도 걷는다

오늘의 길


문어 빨판 한 개는 맛을 느끼는 혀

한 마리 문어에는 수백 수천 개의 혀

뇌로 가지 않아도 느끼는 감각

명령받지 않아도 피는 꽃


문어꽃이 피었다

송이꽃도 피었다

초장에 피지 못했어도

늦게라도 피려나

나도 피려나


목놓아 기다리진 않는다

나의 원형은

태어나 이미 활짝 피었고

다시 새롭게 피면 될

나의 방긋


꽃밭에서 만날

우리의 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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