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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May 16. 2022

야쿠르트 아저씨는 왜 없는 걸까?

호기심천국 아저씨의 사소한 궁금증

주말에 가끔 하릴없이 동네를 휘적휘적 거닐다 보면 단아한 제복에 멋진 헬멧을 쓰고 보무도 당당한 여사님들을 만나게 된다. 신박한 전동카트를 능숙하게 운전하며 온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시는 그분들.  

바로 야쿠르트 아줌마이다. (공식 명칭은 프레시 매니저).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던 것은 "코코"라고 불리는 전동카트 (전동차?)였고 한창 호기심 많을 나이인 나는    저걸 꼭 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전기로 움직이는지 석유로 기동 하는지도 궁금했지만, 가장 매력을 느낀 부분은 다른 곳에 있었다.

어느 폭설 내리는 추운 겨울날,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빙판 언덕길에서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진땀 나는 순간, 빙판길 사뿐히 즈려밟고 폼나게 홀연히 언덕길을 오르고 있는 코코.

오호라. 참으로 신박하구나를 연발 하며 그 구동 메커니즘에 심각한 궁금증이 생겨버린 거다.


'한번 타봐도 될까요?'라고 여쭤볼까?

'야쿠르트 본사에 전화해 볼까?'

'온 세상사에 만능인 네티즌 수사대에 자문을 구할까?'

그러나 그것은 생각뿐, 늘 그렇듯이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은 채 게으른 시간은 흘러갔고  

그 궁금증은 그렇게 일상에 묻혀버렸다.


어느새 두계절이 흐르고, 폭염의 계절 여름이 곧 눈앞이다.

모처럼 오른 공원 산책길에서 코코와 야쿠르트 아줌마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궁금증이 생겨버렸다.

'하루 근무시간은 어떻게 되시나요?'  

'죄송하지만, 한 달 벌이는 어느 정도 될까요?'  

'왜 야쿠르트 아저씨는 없는 건가요?'


그렇다. 바야흐로 그 일이 하고 싶어 진 거다. 슬슬 전동카트 몰며 동네 구석구석으로 건강을 전하는 일.  

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 멋지지 않은가?

온 동네 지역밀착형 영업전선 최선봉인 야쿠르트 아줌마 아닌가? 자칭 친화력 만랩인 나로서는 내가 이걸   하면 기가 막히게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바야흐로 야쿠르트 아저씨가 되고 싶어 진 거다. 그 이름도 정겹고 멋진 "야쿠르트 아저씨"

이것은 "야쿠르트 아줌마"처럼 대한민국에 새로운 대명사를 만드는 획기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 설레었던 바램은 1초도 안되어 불가능한 사실로 확인되었다.

네티즌들이 말하기를 "야쿠르트 아저씨"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채용계획이 없다는 사실.

애초에 여성 일자리를 늘리려는 취지와, 엄마와 같은 세심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지역주민에게 다가가야 하는 업무 특성상, 여사님들이 최적이고 유일한 적임자라는 배경 설명이었다.

야쿠르트 창업자이신 고인의 확고한 의지라 하시니 앞으로 야쿠르트 아저씨를 세상에서 볼일은 없을 거라는

다소 냉철한 네티즌의 언급은 단호함을 넘어, 꿈도 꾸지 말라는 어떤 계시와도 같았다.


'그래... 세상에 없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겠지.'

빛보다 빠른 체념을 하고 돌아서다가,

아니 꼭 야쿠르트만 넣고 다니란 법은 없잖아. 내가 느끼는 핵심과 본질은 저 전동카트 아닌가?

급기야 시대적 요구인 비대면, 공유경제 플랫폼, 로컬 등등의 개념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면서

저 전동카트를 활용할 수 있는 건 무얼까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동사무소에서 서류도 떼다 주고,

도서관에 대출/반납도 해주고,

시장/마트도 봐주고,

당근도 대신 주고받고,

어르신들 은행일도 봐드리고,

지역정보 (전월세, 인력 취업, 중고매매, 경조사 등) 공유센터로서 역할도 있을 테고

코로나 사태는 한풀 꺾였지만 백신도 실어 나르고,

지역상권 자영업 업체 홍보도 하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북 치고 장구 치고,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산 좋고 물 좋고...


하...

지긋지긋한 코로나 때문인가?

생각의 날개는 어느새 여지없이 샛길로 빠져버리고 만다.




이렇게 샛길로 빠져 헤매다가 문득 다른 기사를 보니, 이미 여러 시도들이 있었던 것이 확인된다.

배송인력 (프레시 매니저)과 전국의 거미줄 같은 물류센터를 활용하여 기존의 유제품뿐 아니라, 밀키트, 화장품 등의 제품도 배송하고 있다 하니, 이미 변화의 큰 흐름은 시작된 듯하다.   

택배 포장처럼 과한 포장이 필요 없게 되니 친환경 배송의 이점도 있겠고...  

쿠팡 아저씨들, 부릉 아저씨들 바짝 긴장해야 할 듯싶다.~


이어서 곧 다양한 시도들이 연이어 진행되면 생각지도 못한 여러 변화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느 때인가 "야쿠르트 아저씨"도 완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 않겠는가?

어느 어떤 날, 한국야쿠르트 채용담당자가 이 브런치 글을 읽고, 내가 야쿠르트 1호 아저씨로 특채되어  

"코코"를 탈 수 있다면 이 글은 요즘 말로 성지글이 될 것이다.

이 또한 획기적이고 재미난 일이겠다. 상상은 이래서 늘 즐겁다.

"고고씽 ~ 코코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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