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선물

by 김호섭
<이쁜 변명 > 김정련 작가님


돈도 안 되는 쓸모없는 글 뭐 하러 쓰느냐, 노안이 와서 안경까지 쓴다며 무슨 글공부냐, 설마 네 나이를 잊은 게냐, 공부 좀 제발 그만해라. 폭풍 야단치시는 팔순 중반 노모의 가녀린 등짝 스매싱.


세상에나, 자식에게 공부하지 말라는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나요? 갱년기 아들의 투정.


쓸모없으니 권력에서 자유로우며, 쓸모없는 걸 쓸모 있게

만드는 게 문학의 힘이라고, 학교에서 배웠다며 주장하는 문학 소년의 귀여운 당당.


무슨 마른하늘에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 너 언제 철들 거냐, 내가 너 땜에 눈을 감을 수가 없구나. 한숨 가득한 어머니의 답답...




엄니틀니가 헐거워져 동네병원 [푸른 하늘 치과]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폭풍노모와 환갑아들의 대화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칩니다. 치과가 멀지 않아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문학과 인생이라는 거대 담론에 빠질 뻔했습니다.


치료와 진단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서 소년은 차 트렁크를 열고 한 보따리 귤을 엄니에게 건넵니다. 오다 주운 건 아니고, 함께 배우는 학우가 저 멀리 제주에서 보내온 진짜 제주산 감귤입니다. 드셔 보소서.

2023년 1학기, 2학기 내내 All A+ 번쩍이는 성적표를 보여 드려도 그저 시큰둥하시던 엄니가 귤처럼 화사하니, 꽃보다 예쁜 미소 지으십니다. 아이구, 어떤 귀한 분이 이런 귀한 선물을 다 보내셨냐.


치아가 안 좋아서 다른 과일은 멀리하시는 엄니는 제주 감귤을 너무도맛있게 드셨고 소년은 이때다 싶어 결정적인 멘트를 날립니다.

"엄니, 저 계속 글공부해도 될까요?"

어쩌면 이다지도 기가 막힌 타이밍일까요.

어쩜 이리 이쁜 변명?일까요.


엄니가 소녀처럼 웃으십니다. 소년도 따라 웃네요.

감귤처럼 싱그러운 주말 풍경입니다.

미세먼지 걷힌 푸른 하늘입니다.




새해 벽두에 귀한 선물이 왔습니다.

한라에서 백두로

아니 아니지 (이런 말 요즘 쓰면 잡혀갈지도 몰라)

제주에서 인천으로


제주도에 사시는, 김정련 작가님의 여섯 번째 동시집

<이쁜 변명>이 도착했습니다.(정련 작가님은 소년과 함께 글공부하는 학우님이기도 합니다)


선물 잘 받았습니다. 귀하게 읽고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엄니가 감귤을 맛있게 잘 드십니다.

소년이 동시집의 첫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뭅니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별처럼 빛나는 눈도 오십니다.

새해 귀한 복마저 보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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