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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Feb 18. 2024

일요일


<일요일> - 문학소년


일요일이다

골골 잠만 자다 벌떡 일어난다

세탁기 돌리고 설거지하더니 청소도 하고 샤워도 한다

도대체 이런 귀찮은 일은 왜 하는 거지?

밑도 없고 끝도 없이 왜 반복하는 거지?


오호라 그렇구나

묵은 먼지 털어내고 찌든 자욱 지우고 쓸고 닦고 하는 일

다시 쓰기 위함이구나

다시 입고

다시 걸으려는 마음이구나


당연한 일을 생경하게 바라보는 일

무의식이 의식을 추스르는 일

삶이 문장을 이끄는 일


이런 걸 일상이라 부르고 생활이라 하니

수녀님이 매일 기도하듯

스님이 수시로 합장하듯

살아가는 일이 도 닦는 일

지친 마음 어둡고 답답한 마음 설거지하는하는 일


어디 멀고 깊은 산중에서 뭔가를 두드려야만 수행이 아니거늘

일상이 수행이다

우리가 예수님이고

너와 내가 부처님 알라신 공자님이다


어허허 살살하자 적당히 좀 하자

이러다 득도할라

저러다 진짜 자유공원 산신령 될라


날씨가 흐린다더니

웬걸

조각 구름

말갛기만 하네


이런 마음 저런 마음

뽀드득 뽀드득 씻어 말려

빨랫줄에 가지런히 널어놓고

말간 얼굴로


나가자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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