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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Mar 09. 2024

펄떡이는 연어처럼


<문장, 필사적 공부> - Day 5

이 글을 쓰면서 적어도 열두 번은 글쓰기를 중단했어요. 한 번은 생선장수한테서 생선을 사려고, 또 한 번은 출판업자를 만나려고, 그다음에는 아이를 돌보려고 글 쓰기를 멈췄죠. 그러고는 저녁식사로 차우더 스프를 끓이려고 부엌에 들어갔어요. 지금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시 글을 쓰고 있죠. 그런 결심 덕분에 항상 글을 쓸 수 있어요. 이건 마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죠.

- 메이슨 커리 <예술하는 습관> P.232




​* 나의 글쓰기 방해물은 무엇일까?

출판사로부터 날아든 출간 거절 메일, 별일 아닌 척하면서도 상처받는 여린 마음, 점점 심각해지는 내글별로병, 자신감 글감 영감 쓰리감 상실증, 이 길도 아닌가? 바닥에서 헤매고 중요한 길목이나 계단에서 꽈당하는 실패 노이로제,


쓰는 일이 너무 좋은데 너무 어려워 자꾸만 주먹처럼 올라오는 신경질, 이것도 글이냐 아이고 초고를 바라보는 바사삭.


노후 생각해서 한 푼이라도 벌 생각 안 하고 너 지금 뭐 하냐는 친구들의 타박, 방구석에서 혼자 궁상 좀 그만 떨고 제발 연애 좀 하라는 녀석들의 아우성, 쓸모없는 쓰는 일은 뭐 하려 하냐는 엄니의 가녀린 등짝 스매싱, 시도 때도 없는

바이어들의 컴플레인. 24시간 인간 CCTV 사장님 사장님 우리 사장님.


잘 살아내고 있는가 불쑥불쑥 밀려오는 불안, 책상머리에 앉으면 한 시간도 못 버티는 뼈마디, 쥐꼬리 월급봉투, 야근, 예순 즈음에 자꾸만 눈물 나는 겨울...(핑계도 많고 변명도 많도다. 어지간히 좀 하자)


그럼에도 쓰고 있는

이 순간의 헛웃음


그럼에도 쓰련다

눈물에 절인 문장

휘휘 말려

밥먹듯이 쓰련다


물 반 바윗돌 반  

굽이굽이 긴 강 거슬러

이를 곳에 가려 분투하는

펄떡이는 연어처럼


언제까지?

쓰고 싶지 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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