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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문장들
달의 뒷면
by
김호섭
May 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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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처럼 쏟아지던 비 그치고, 새벽하늘의 햇살이 오랜만에 근사합니다.
무거운 몸과 마음 일으켜 다시 길 위에 섭니다. 헛둘헛둘 리듬에 맞춰 춤도 출 수 있고, 씩씩하게 걸을 수 있는 건 봄날의 햇살 덕분입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 그런 사람들 귀한 사랑들 덕분입니다.
지독한 독감 탓에 아직은 잔기침이 남아 있고
멈추지 않는 기침 탓에 연약한 허리는 자꾸만 끊어지고
주사 부작용으로 여전히 저릿저릿 하지만
때로는 아프고
이따금 울고
가끔은 비에 젖거나 넘어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흐린 날이 있으면 밝은 날이 있고
흐린 아픔과 그늘이 한 생애에 공존하여,
밝은 햇살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너무도 절절히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압니다.
밝은 달의 앞면에서 우리가 춤추고 일하고 사랑할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에서 선명한 사랑과 정성의 정화수로
기도하고 보듬어 주시는 부모님 덕분이라는 사실을.
출근길에 본가에 잠시 들러, 어머니께 '꽃보다 천혜향'을 품에 안겨 드리고 서둘러 출근합니다.
미리미리 꽃 한 송이 준비하지 못한 서투른 나를 반성하고
아들이 아프면 더 아파 몸져누우시는 어머니께 죄송하며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선산의 아버지께 또한 면목없습니다.
마음대로, 바라는 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더는 아프지 말아야겠습니다.
온 생애가 밝지만은 않고 흐린 날도 있겠지만
오래도록 기억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사계절의 햇살 품은 부모님을
햇살은 뒤에서 앞으로, 먼 데서 가까이로, 태초에서 영원으로 흐릅니다.
기도의 하늘에서 소망의 땅으로 우리가 모르는 밤과 새벽사이에도 쏟아집니다.
우리가 달빛에도 걸을 수 있고 빗속에서도 춤출 수 있는 이유입니다.
햇살 좋은 어버이날입니다.
비가 왔더라도 상관없습니다.
햇살은 늘 내 안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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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가입니다. 새벽을 거닐고 문장을 노니는 풋풋한 문학소년입니다. 길에서 글을 찾고, 책에서 길을 찾아 마음에 쓰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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