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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Jul 19. 2024

여름비는 열음비

1) 라라크루 금요문장 (07.19)

지금 내 옆에는 세 사람이 잔다. 안해와 두 아기다. 그들이 있거니 하고 돌아보니 그들의 숨소리가 인다. 안해의 숨소리, 제일 크다. 아기들의 숨소리, 하나는 들리지도 않는다.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다르다. 지금 섬돌 위에 놓여 있을 이들의 세 신발이 모두 다른 것과 같이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한 가지가 아니다.

모두 다른 이 숨소리들을 모두 다를 이들의 발소리들과 같이 지금 모두 저대로 다른 세계를 걸음 걷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꿈도 모두 그럴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앉았는가? 자는 안해를 깨워볼까 자는 아기들을 깨워볼까 이들을 깨우기만 하면 이 외로움은 물러갈 것인가? 인생의 외로움은 안해가 없는 데, 아기가 없는 데 그치는 것일까. 안해와 아기가 옆에 있되 멀리 친구를 생각하는 것도 인생의 외로움이요. 오래 그리던 친구를 만났으되 그 친구가 도리어 귀찮음도 인생의 외로움일 것이다. _무서록(이태준)


2. 나의 문장 (07.19)

<여름비는 열음비> - 문학소년

그냥 잤어야 했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지 말아야 했다.
투둑툭툭 두드리는 소리에 흔들리지 말았어야 했다.
괜스레 열어 본 창문으로 후다다닥 밀려 들어온다.

그래. 너희들이로구나.
장대와 비.
그래. 어쩌겠느냐. 어서 오너라.

우우우와왕쑤아와와르르르왕왕올올옹오오
르쉐 지나가더니
부르르릉릉와하하하하와왕와부르르르르르
야마하 모터 바이크 지나간다
그다음은
소르르소르르라르고라르고오르고아다지오
삼천리 자전거 지나간다

눈보다 더 빠른 귀로 오더니
귓바퀴 뒷덜미 어깨너머 지나간다
양철지붕에 시퍼런 멍 남기고
데굴데굴 계단을 굴러간다

애써 차분했던 방구석 1열에
그냥 보낸 하루에 

선물처럼
웅장한 클래식의 향연이 펼쳐진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그대 당신이 다녀간다
이 깊은 밤에
비의 리듬 비의 하모니라니
천 겹의 선율이라니

세상 모든 소리는 음악이려나


열길 잘했다. 시퍼런 멍에 두려워할 것 없다.
얼얼하니 놀란 두 눈동자도
후욱하고 물러서는 한 걸음도
꽁꽁 싸맨 마음 보따리도
비의 음악이 열어 준다

열어주면 기다리면 된다
외롭지 않니 놀랍지 않다

놀랍지 않으니 무섭지 않다

외로움은 내 친구

오며가며 만난 길 위의 나그네


그제서야
저기 먼 데서 소리없이 사랑이 온다
한 줄기 문장이 온다

"아베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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