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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Aug 29. 2024

가을도 우리도 참 예쁘다


어제 새벽.
산책길에 오르려 방문을 열자, 어랏? 숲 속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선선을 넘어 으스스하다. 아니, 세상에 무슨 일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여름아, 너 잠시 정신줄 놓은 거냐? 어이도 맥락도 플롯도 없으니 상실의 시대다. 차라리 나오는 건 헛웃음. 그래도 슬며시 넉넉히 미소 짓는다. 아. 드디어 가을이려나. 24도.

어제 점심.
식당에서 밥 먹고 나오는데 후욱 뜨거운 열기가 맞이한다.
그래. 그렇지? 너 새벽에 잠시 졸았던 거지? 여름아. 올해의 넌 정말 최선을 다하려 단디 마음먹었구나. 알겠다 알겠어. 내 너의 성실을 인정하마. 34도.

어제 저녁.
공원을 산책하다가 온도계를 보니 31도.
도로아미 여름타불이다. 참으로 징글징글한 계절이다만 징글벨은 울린다. 은은하게 울린다. 저 깊고 깊은 산속. 방구석에도 징글벨 울린다. 가을 너머 겨울을 보는 난 어질어질하다. 흰구름 사이로 무심한 하늘이 빙글빙글 돈다.

새벽녘 산기슭에서 살짝 빼꼼히 고개를 내민 가을을 보았다. 한번 왔으면 온 거다. 어딜 가려고... 낙장불입이다. 기세는 넘어왔다. 여름아.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딴 청 부리는 여름을 졸졸 쫓아다니며 나는 노래 부른다.

가을은 참 예쁘다.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자꾸 이름 부르고 노래 부르면 또 오겠지.
예쁜 가을이 오면 우리 모두 예뻐지리라.
가혹한 계절의 강을 건너 왔으니
가을 꽃 단장  낭만 무장할
우리는 참 예쁘다.


내 마음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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