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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는 사람

by 김호섭


와르르 벚꽃 오기 전에 연두가 먼저 오고

우르르 땡볕 오기 전에 연분홍이 먼저 진다

사르르 보름달 오기 전엔 연보라가 온다


연보라는 먼저 오는 사람

저 먼 곳 코스모스에서 걸어오는 사람

샤랄랄라 한들한들 별빛 타고

드디어 기어코 기어이 사뿐사뿐 리듬 타고


먼저 오는 사람은 열어야 오고 열어야 간다

연하양 함박눈 오기 전에 갈대숲 이고 지고


문 앞에는 늘 오는 게 있다

먼저 오는 사람은 조용히 혼자서 온다 연하게 온다

연한 아메리카노 한 잔의 보사노바


시작은 늘 그렇듯 연하고 여리다

연하고 미약하지만 펄펄 살아 있는 그것은

화려한 문의 뜨거운 문양들을 혼자서 압도한다

완고한 무기력을 뚫어내고

뿌리 내린다


시작을 여는 건 언제나 품고 있던 희망

살아있어서 그렇다

사랑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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