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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우럭

by 김호섭


해가 중천에 떠서야 겨우 산책길에 올랐다
새벽부터 애 태웠더니 진 빠지고 넋 빠진다
밥 두끼 전폐했다고 기진이고 맥진이다

날은 차가운데
해는 빛난다
자꾸만 코끝이 시큰거리는 건
추워서 그런 건만은 아닐 터이다

친구들이 오늘은 삼겹살 먹어야 한다며 나오라지만
개성 강한 나는 우럭매운탕 하나 포장해서
방구석으로 돌아온다
키에르케고르의 한 문장 한 자락 펼쳐 본다

"인생은 되돌아 볼 때 비로소 이해되지만,
우리는 앞을 향해 살아야만 하는 존재다."

새해가 열린 지 보름이 넘었지만
자꾸만 뒤 돌아보게 되는 묵은 해지만
이제야 묵은해 보내고 새해 맞는다
겨우내 묵은 먼지 시름 잊고
이제야 쓰레기 치우고 대청소한다.

가야 할 길 멀겠으나
어디선가 소리가 들린다
입맛 돌아오는 소리다
봄이 오는 소리다

다시 봄을 기다린다
봄은 기어이 온다

우럭이 제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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