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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세뱃돈을 받다니요

by 김호섭


음력 설날이다.


새벽 공원, <어르신 건강 에어로빅 댄스팀> 회장님의 일장 연설이 있었다. 회장님은 무려 91세. "새해에도 건강하게 신나게 춤추며 삽시다. 파이팅!" 우렁찬 연설이 끝나고 세뱃돈도 주셨다. 모든 회원들의 환호성 속에 시무식이 끝났다. 오십여명 가까운 회원 대부분은 회장님과 막내인 나만 제외하고 모두 어머님들이시다. 다른 아버님들도 여러 분 계셨는데 몇 년 사이에 모두 어디로 가신걸까. 잠시 딴생각에 빠져 있던 나에게 어머님들이 몰려오신다. "문학소년 작가님, 올해도 좋은 글 많이 쓰세요." 덥석덥석 손을 잡으신다. 초보 작가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아직 동이 안 터서 나의 발그레진 얼굴을 들키지 않아 다행이로다'며 안심했다.


그런 생각도 했다. '이 세뱃돈으로 오늘은 맛있는 거 사 먹어야쥐~.꼭 어린아이같은 마음이니 이 또한 흐뭇하지 아니한가'

글을 더 잘 쓸 생각은 뒷전으로 미룬 채...

세배는 드리지도 않고서...


이런 상상도 해 보았다. '나도 91세에 회원들에게 세뱃돈 주는 멋진 작가 할아버지가 되어야쥐~. 야무진 상상이지만 참으로 멋진 장면이로다'
노후준비나 돈 벌 생각은 아예 잊은 채...
글쓰기도 운동도 요리조리 빼먹을 궁리만 하면서...


서로서로 한 해의 축복과 덕담 나누고 악수하고 헤어지는 발걸음은 가볍다. 올 해의 춤사위는 작년보다는 좀 더 신났으면 좋겠다. 아니, 그럴 것이리라 확신해 본다. 작년 보다는 분명 나은 한 해가 되리라는 나의 기대는 매해 설날마다 같지만, 올해의 기대는 유난하다. 그래서 '기대'를 '확신'으로 밀어 붙이려는 강력한 의지의 소산이다.

유난해도 무해하다.


설날 새벽이다.

까치가 울고 먼 동이 터 온다. 멀지만 곧 가까워지리라.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새해의 탄생이다. 새롭게 시작할 줄 아는 자의 의연함이다.


해피 루나 뉴 이어 ~


~~~


벗님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문학소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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