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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섭 Aug 15. 2022

일년에 에베레스트를 다섯번 오르는 남자.

이 남자가 궁금하다.

이 남자는 엄홍길 대장과 일면식도 없다.  

다수의 국민들이 아는 유명 산악인인 이분을 한 번도 뵌 적이 없다는 얘기는, 

이 남자. '전문 산악인'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시청자 팬이 두터운 장수 프로그램 '자연인'에 나오는 턱수염 그윽한 자연스러운 인간도 아니다.


그런데 이 남자, 일 년에 다섯 번 정도 에베레스트산을 오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알아보자. 궁금하다 이 남자.




바로 웅봉산이다. (인천 자유공원의 옛 이름). 무려 해발 69미터를 자랑한다. 태산 험악 준령이다.

하루에 새벽과 저녁으로 2회 오른다.


자.

계산해 보자.

69 m * 2 = 138 m

1년에 약 5일 정도 쉰다.

365일 - 5일 = 360일

그리하여,

138m * 360일 = 49,680m이다.


세계 최고로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산이다. 공식적인 높이는 8,850m

기가 막힌 결론을 이끄는 계산식은 다음과 같다.

49.680 ÷ 8,850 = 5.61

즉, 5.61회

1년에 에베레스트를 5회 정도 오른다는 얘기다.

5년 정도 올랐으니

5 * 5.61 = 28회

지금까지 에베레스트를 28회 올라갔다. (며칠 만에, 몇 시간 만에 올랐는가 따지는 속도의 개념은 무시한다.

내 맘이다.) 이쯤 되면 기네스북에 등재될만하지 않은가? 마이크로 단위로 또는 나노 단위로 쪼개든 아무튼 28회 올랐으니 나는 이제사 이팔청춘이다.


나는 전문 산악인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자.

다시 웅봉에레베스트에 오를 시간이다.

셀파나 무거운 배낭, 비상식량, 산소호흡기 모두 필요 없다.

지참물은

좋은 나, 나쁜 나, 못난 나, 약한 나, 좀스런 나, 아픈 나, 불안한 나, 미련이 곰탱이 같은 나,

어리버리 허당스런 나, 허구헌날 뭔가를 다지기만 하는 나 들이다.

내려올 때는 좋은 나 만 데리고 내려온다.

다른 나는 산 정상의 나무에 걸고, 숲에 놓고, 하늘에 맡기고 오면 되니까.

(여리고 어린 나무에는 걸지 않는다. 그들도 자라야 하니까. 주로 수령이 깊고 두터운 어르신 고목에 건다.

너그럽고 지혜로운 그들은 잘 받아주신다.)  

다음 날 일상에서 또 이런 나가 생기면 또 데리고 올라가 또 두고 오면 되니까.

자연에서 산에서 나무로부터 가르침 잘 받고 숙성의 계절을 잘 견디면 다시 데리고 내려오면 되니까.


자.

다들, 동네마다 이런 에베레스트, K2, 안나푸르나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은가?

1년에 한두 번씩만 올라도 그게 어디냐. 온 국민이 전문 산악인이 되는 거다.

공원이든 야산이든 놀이터든 산책로든 슬기롭게 공간을 활용하자.


작지만 큰 나라 대한민국 파이팅!




산에서 만난 이 남자. 언뜻 보면 고독해 보이다가도

얼씨구, (족보는 없지만) 심지어 춤까지 춘다.

자유로운 영혼임에 틀림없다.


뉘 집 아들인지 참, 영혼이 발랄하고 깜찍하다.

이 남자... 작가가 될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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