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갔습니다 이번엔 안과입니다
공과 나와서 문과 들어가더니 안과를 기웃거립니다
통섭형 인간이 되고픈가 봅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 건가요
참으로 고루고루 찬란한 아픔의 스펙트럼입니다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입니다
인천 신포동 다본(다)안과 이 안과의 의사 양반은 다 봅니다
턱을 당겨 거치대에 대고 암흑 속의 빛을 보라는데
단두대에 목을 내미는 것 같아서 멈칫했지요
언제부터 이런가요 오늘 아침부터요
어젯밤에 뭐 하셨나요 내가 뭘 잘못했나요
법정의 피고인이 된 듯해서 섬찟했지요
작가님들 책 보고 글벗님들 글보고 그랬죠
그래서 증상이 어떠셨나요 쓰라리고 아프고 눈물 났지요
슬픈 사연과 멋진 감동이 어찌나 넘쳐나던지요
제 눈 깊은 곳의 그 깨알 같은 문장들이 보이시죠
다 본다면서요
됐고
각막손상입니다 이물질이 눈에 들어가서 각막이 찢어졌네요
상처가 심하니 비비지 마시고 되도록 눈감고 쉬세요
눈을 감으라니요
세상을 보고 인간을 관찰해야 하는 작가에게
어떻게 그런 치명적인 말씀을...
마음의 눈으로 보라는 듯
의사는 작가법정 최고형을 때리고
간호사는 푸른 죄수복 빛깔의 파라핀을 눈동자에 발라줍니다
철컹철컹 엘리베이터 타고 약국 가서 약 받는데
주르륵 주르륵 주르륵 주르륵
비빌 수도 없고 감출 수도 없으니 밤새워 내리는 빗물일까요
차디찬 글라스의 빠알간 파라핀일까요
찬찬히 바라보라는 신의 주문일까요
의사는 흔한 상처라 진단했지만
난 나만 아는 감동이라 부르렵니다
쓰는 자들의 상처입니다
이물질이라 명명했지만
더 깊은 우물을 파라는 마중물이라 정의하렵니다
읽는 자들의 촛불입니다
엄니 저에게 새로운 눈이 태어나려나 봐요
아이고 어지간히 좀 해라 이 녀석아... 엄니의 호통은
나이 먹고 늘그막에 글공부하느라 애쓴다는 격려로 들립니다
상처는 단단한 문장의 굳은살이 될 테고
촛불은 누군가의 전등이 될 것입니다
날은 슬슬 저물어가는데
하소연은 실실 우스워지고
나는 점점 뻔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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