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하던 원고
고무줄로 묶어 두고
한 장씩 걷어낸다
남겨야 할 문장과
버려야 할 문장 사이에서
여러 번 주저앉던 마음들
그냥 좋아서 썼던 문장
그날의 나를 붙들어주던 문장도
살뜰히 지운다
섬비탈이 파도에 깎이듯
조금씩 닳아가는 마음 한구석
줄이고 비우고 덜어내는 동안
나는 무엇을 잃었을까
아니
무엇을 남겼을까
만경 비단 위에
꽃무늬처럼 떠 있던 섬들
그 풍경 앞에서
오가던 마음
멈추던 순간
뉘신가
이 시간을 여기까지 밀어 올린 고운 뜻은
지워진 문장들마저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못내 기린다
덜어내며 여기까지 온 시간
깎이며 모양을 갖춘 마음을
그 아쉬움마저
더 걷어낼 건 없는지 밀려오는 걱정마저도
오롯이 내 것이 되었으므로
언젠가
괜히 석정루에 다시 올라
나는 또 괜히 울먹이겠지
못내 기리던 시간
길 위의 문장들
그리운 오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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