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by 김호섭


어느 라면은 물 550ml 붓고
어떤 건 500ml만 부으라 했거늘

라면도 가스불도 다 다르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새로운 오늘이건만

50ml 차이를
우습게 알던
나의 눈대중

끓는 물의 파고가 다르다
해체된 재료의 결이 다르다
라면 안에 그날의 풍경이 있었고
그 안에 문장이 있었네

설렁설렁 되는 일은 없다고
냄비 능선에 남은
흔적이 말해 주거늘

사랑을 믿었다
라면 하나 제대로 못 끓이는 주제에

라면 국물 한 모금
달까지의 거리

50ml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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