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혼잣말 (2)

by 김호섭

사무실이다.


회사 총인원은 30명정도의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대부분 생산라인 근무자 들이고, 사무실에서는 4명의 인원이 근무한다. 이 중에 2명이 혼잣말을 한다. 분포율 50%다.

우선, 옆자리 D 다. 원래 말이 없던 친구였는데 어느 시점부터 혼잣말을 시작하더니 혼잣말의 끝판왕이 되었다. 주로 본인이 하는 업무와 관련된 말부터 혼잣말을 시작하더니, 짜증과 탄식, 한숨이 이어진다.

피식피식 실소도 날리더니 급기야 노래도 부른다. 아무런 소리가나지 않는 시간은 1분이 채되지 않는다. 1분내에 어떤 소리든 혼잣말이든 한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쉼없이...이 정도면 본인도 피곤할 텐데.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쓰고 살다가, 어느덧 3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니 더 이상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어폰을 끼거나 별의별 방법을 써봐도 소용이 없다. 안 되겠다. 본인이 인지를 못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타인의 업무 진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얘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에 조용히 따로 부른다. 할 얘기가 있다고.

그러자 D는 자기도 할 얘기가 있단다. 해보라. 연구과제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고 여차 저차 한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단다. 알았다.

생생은 굳이 혼잣말 폐해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않는다. 내가 누굴 바꾸려 하는가. 더구나 나이 50줄이 넘은 사람을...그가 알아서 할 일이다.


D의 퇴사 후, 약 한 달 정도는 그야말로 천국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 꿀의 시간도 잠시,

후임으로 들어온 S 마저 혼잣말을 한다. 입사하자마자 생생의 옆자리에 앉자마자 혼잣말은 시작된다.

(아... 여기는 혼잣말 월드인가? 그러면 내가 비정상인 건가?)

그래도 D에 비하면 S는 초보 수준 혼잣말러라는 점에 위안 삼아 본다.


이러한 혼잣말의 이유는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직장인 경력 33년 차의 관록으로 말이다.

여기좀 봐라. 나 여기 있다. 지금 나는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엄청 바쁘다. 받는 돈에 비해 너무나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 어필하고 싶은 마음 + 긴장, 불안한 마음이 합쳐져서 본인도 모르게 과다하게 표출, 표현되는 것. 그것이 직장 내에서의 혼잣말이 되겠다. 핵심적인 마음은 다시. 불안이겠지.


노력은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와 성과로 증명하는 것이거늘... 왜들 이러시는지 모르겠다. 아마추어같이.

나도 꽤나 오래 직장생활을 한 듯하다. 이제 이런 멋진 말도 할 줄 아니 말이다. 슬슬 하산할 때가 된듯싶다.


일상의 불안이 누구는 화로 또는 분노로 아니면 어필과 과장으로 쌓여 가는데 이것이 지나치다 보면 나오게 되는 게 혼잣말의 한 유형이겠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도 있지 않을까?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잘 될 거야. 나는 (우리는)할 수 있어. 오홋. 신나는 일이로군.. 좋은 아침이야. 또 달려볼까?

이런 종류의 긍정의 혼잣말은 불안의 에너지를 전파하는 혼잣말에 비해 오히려 권장해야 할 바람직한 혼잣말이기도 하겠다.


불안의 혼잣말은 건강하지 않은 에너지를 뿜어내며 본인도 주변의 타인도 함께 어둠의 그늘로 지속적으로 끌고 들어가는 악영향이 있기에 위험한 혼잣말이 되리라 감히 주장해 본다.


혼잣말을 하게 되더라도 불안의 혼잣말을 줄이고, 이왕이면 긍정의 혼잣말을 보다 많이 함이 어떻겠는가.




반면에 귀여운 혼잣말도 있다. 마지막 타자, 사장님이다.

"어? 내 핸드폰 어디 갔지?" - "회의실에 놓고 오셨습니다."

"이거 누가 지시해서 일이 이 지경이 된 거지?" - "사장님께서 지시하신 사항입니다."

"이 장비 누가 산 거야? 이런 허접한 장비를"- "사장님이십니다."

"가만있어보자. 내가 오늘 누구랑 점심 식사하기로 약속한 거였더라? - "글쎄요."

"아니 이 인간들은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 "글쎄요."

"푸틴. 이 인간 정말. 하..."- "하..."


일일이 따박따박 답변드리다가, 이제는 가만히 있는다.

내가 누굴 바꾸겠는가.


아... 어지럽다. 지친다.

나도 어딘가 가서라도 실컷 혼잣말하고 싶다.

어디긴 어디인가. 방구석이지.


한줄 요약 : 부정적인 혼잣말이 지속되면 본인도, 곁에있는 사람도 괴롭다. 이왕 할거면 긍정적인 혼잣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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