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월을 결산하는 날이다. 세월 참 빠르다.
( 생활의 꿀팁 :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이유는 실제로 세월이 빨리 가는 건 아니고,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기 때문이란다.
나이가 들수록 일상의 소소하거나 순간순간에 일어나는 일들은 기억 못 하고
스스로가 판단하기에 중요하거나 큰 사건들만 뇌의 기억장치에 저장되니,
별일 없는데 하루가, 숨만 쉬었는데 한 달이, 눈떠보니 일 년이 가버린다니.
기억하는 것이 적을수록 세월이 빠르게 간다고 느껴진다는 것이 일부 의학계의 견해이다.
허당이 이렇게 한 달 단위로나마 기억을 재생하고 결산하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뇌의 노화 방지를 위한 가녀린 몸부림이다.
매일 글을 쓰면 더욱 좋으련만... 매일 글을 쓰는 @페르세우스 작가님께 존경을! )
아침부터 모두들 바쁘다. 주관자 허당은 오늘 유난히 분주하다. 새로운 식구를 정식으로 맞이해야 하는
중요한 날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식구는 <선미언니>다.
살다 살다 생전 처음으로 부여된 여성형 별명이다. 이래서 사람은 오래 살고 볼일이란 말이
나온 거겠지. 모두들 설레는 마음으로 월간 결산 파티를 준비하고 새 식구를 맞이한다.
9월 말부터 새로이 시작한 건 <쑥과 마늘>이라는 프로젝트다. 글쓰기 모임 라라크루의 리더 @수호 대장님 발신의 톡이 글 벗님들의 톡을 울린다.
"올 해도 어느새 연말로 흐르지만 우리에겐 아직 100일이 남아있다. 100일 동안 각자의 생활에 새로운 루틴을 정해서 시도해보자. 좀 더 좋은 작가, 좀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이 목적이니 이 프로젝트는 <쑥과 마늘>이라 칭한다"라는 취지의 글이다. 많은 분들이 이 새로운 도전에 응하여 글쓰기, 일찍 일어나기, 책 읽기,
레그 리프트 등의 목표를 정한다. 역시 건강하며 건전한 작가들답다.
생생은 며칠 고민하다가 일일 만 오천보 걷기로 목표를 정한다. 평소에 만보정도 되는 걷기 량을 오천보 늘려보고 허술한 건강을 다져보려는 의도이나, 딱히 다른 새로운 신박한 목표가 생각나지 않아서 대충 결정한
눈 가리고 아웅 하려는 수작이었다.
오천보 정도야 뭐. 껌이지 했으나 이거 웬걸. 아뿔싸.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아마도 혼자서 이 도전을 했다면 애저녁에 흐지부지 유야무야 없던 일로 되는 게 당연해을 터인데
매일 매시간 단톡방에 올라오는 글 벗님들의 도전의 모습과 영차영차 보내주는 응원의 메시지에 다시 끙차 몸을 일으켜 공원에 오른다.
그럭저럭 하다 보니 다리에 힘도 붙고 몸에 활기와 생기가 돈다. 때마침 가을이니 공원의 풍광마저 근사하다.
어느 날인가 2만보를 넘게 걸었다. 슬슬 자신이 붙는다. 허벅지가 터질듯한 느낌. 이게 얼마만이냐.
이 참에 내 기준값은 올려보자.
그리하여 2만보를 넘는 날이 며칠 반복되다 보니, 걷기 App (토스)에서 통보를 해온다. 이런 식이다.
이런 통보가 며칠 지속되자, 함께 <쑥과 마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작명의 대가 @안희정 작가님께서 기가 막힌 별명을 하사하셨다.
24시간이 모자라니 <선미언니> 란다!
이리하여 10월의 어느 날, 사상 유례없는 (허술한 인천 아저씨) 선미언니가 탄생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참으로 유쾌하고 마음에 쏙 드는 별명이 아닐 수 없다.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희정 작가님께 이 글을 통해서나마 감사와 감탄을 전해드린다.
허당과 모두는 약 한 달에 걸쳐 이 (인천) 선미언니의 특성을 파악해왔다.
처음 보는 산책러들에게 살갑게 말도 걸고, 공원의 온갖 멋진 모습도 열심히 사진 찍어 단톡방에도 부지런히 올린다. (자유공원 홍보대사인가?) 댄스는 기본이며 부지런, 싹싹, 활발, 유쾌가 넘치는 언니다.
허당과 모두는 이 선미언니의 수많은 매력 중에 특히 눈여겨본 것은 꾸준함이다.
회사 회식, 거래처와의 저녁식사, 친구들과의 술자리 때도 이 언니에겐 자비란 없다. 조금이라도 걷게 만드는
그녀의 꾸준함에 허당과 모두는 이 쎈 언니를 새 식구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필시, 허술한 김 작가의
건강관리 담당에 최적의 인물이라는 전원일치 찬성의 평가에 따른 결과이다.
허당은 오랜만에 중국집에서 외식을 하잔다. 귀한 언니가 새 식구가 되었는데 방구석 파티가 웬 말이냐.
산해진미가 펼쳐지고 이야기는 무르익는다.
여흥을 담당한 헤롱이 댄스타임을 위해 뮤직비디오를 튼다.
선미언니의 데뷔곡이자 대표곡 '24시간이 모자라'.
ㅗㅜㅑ. 좀 야하다.
바른생활 사나이 승기가 잽싸게 다른 곡을 튼다.
'When we DISCO'
어우야. 좀 신난다.
"귀여운 녀석들" 하며 선미언니가 한마디 한다.
"생각은 걷는 사람의 발끝에서 나온다."
다시, 니체다.
시월이 이렇게 가지만
선미언니는 오늘도 걷는다.
과연 김 작가는 좀 나은 인간이 될 것인가?
한 줄 요약 : 일상에 루틴이 있는 사람은 단단하다. 함께하는 글 벗님들이 모두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