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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May 10.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 뒷담화

나에겐 상사는 딱 2분이다.

교감. 교장님.

옛날엔 윗분들 갑질이 꽤 있었지만

학교는 회사에 비해 매우 수평적인 구조이고

갑질신고라던가 노조가 있어서

옛날처럼 굴었다가는 큰 일 난다는 걸 윗분들이 더 잘 알고 있어서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사실 요즘 교감교장님은 조금 불쌍한 처지에 놓이기도 한 것이  부쩍 늘어난 학교민원에 시달리고 교사들은 예전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아 오히려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이 봐 왔다.

교사들도 워라밸이 중요해져서

승진에 뜻을 두는 사람이 적어지고

상사의 평가가 그리 중요해지지 않게 되면서

상사의 부당한 요구를 곧이곧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드물다.

승진에 뜻을 둔 부장교사는 아무래도 교감교장의 눈치도 보고 어느 정도 그들의 장단에 같이 박자라도 맞추는 제스처를 보여줘야 하는데 예전에 비하면 그래도 인격적이고 합리적인 교감교장이 많은 줄 안다.


말이 나와서 생각나건대

아직도 나쁜 기억으로 남는 최악의 교장이 있다.

내가 초임발령을 받아 나간 첫 학교 교장은 지금 생각해도 분통이 터진다.

막 발령받은 새내기 기를 잡으려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 같아선 갑질신고를 하고도 남을 인간이다.

교사의 고유한 수업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락도 없이 수업 중 불시에 교실에 들어와 수업을 감시하질 않나

어느 날 수업 중 뒤를 돌아보면

뒷문으로 수업하는 나를 노려보고 있질 않나

느닷없이 아이들 공책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는

필기를 이따위로 시키냐고 야단을 치질 않나

별것도 아닌 일로 사사건건 야단을 치고 화를 냈다.

내가 우리 부모님한테 꾸중 한번 듣지 않고 자랐는데 다 큰 성인이 되어서 상사에게 사사건건 야단을 맞으니 너무 서럽고 학교를 그만둬야 하나 심각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교장에게 된통 당하고 나오는데 마주친 선배 교사 앞에서 갑자기 울음이 터져버리기도 했다.

나는 결혼을 하고 다른 학교로 떠나버렸다. 첫 학교 임기를 다 채우고 싶었지만 그 인간 때문에 떠난 이유가 9할이다.

그 후 교장을 수발하던 교무부장은 사표를 썼고  교감님은 교장의 갑질에 못 견뎌 해외발령을 자처했다고 하니 나만 당한 건 아닌가 싶다.

지금 같으면  소매 걷고 이 파사판 같이 싸웠을 텐데 아니면 몰래 녹음기를 켜두고 바로 갑질 신고를 해버릴 텐데

 그때는  막 시작한 사회초년생이기에  뭐가 뭔지도 모르고 연약했고 의례히 상사는 그런 줄 알고 참고 혼자 눈물을 흘리는 수밖에 없었다.

요즘 mz세대는 눈 똑바로 뜨고 부당한 일에 조목조목 잘 따진다던데 나는 왜 그리 어리숙했을까.


지금은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

내가 무서워진 건지 아니면  나이 좀 먹었다고 예우해 주는건지.. 또는 교감교장님들 매너가 좋아진 건지 알 수 없지만

어떤 때는 누가 나 좀 건들면 같이 한바탕 싸우고 스트레스 좀 풀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두 번째 학교는 교감이 대단했다.

빼어난 능력의 장학사 출신으로 학교 일에 대한 업무 수행 능력이 탁월했고 뭐든 기획만 하면 상을 타고 인정을 받았다. 그래서 40대에 교감이 된 그..

그러나  내가 20주에 유산을 하는 아픔을 겪을 때  유산 휴가를 들어가는 뒤처리며 서류 업무에 짜증이 난 건지 빈 말이라도 위로의 말 한마디 없었고

90일 휴가를 다 쓸 거냐?라는 짜증 섞인 질문과 필요한 서류에 대한 무미건조한 안내뿐이었다.

20주 이상 유산은 당연히 90일 휴가를 쓸 수 있는 제도가 있었는데 왜 그리 짜증을 내던지..

뭐 그래 위로 듣는다고 내 상황이 나아질 것도 아니니까  그렇다고 쳐도

휴가를 끝내고 나온 후에도 이유 모를 짜증과 화풀이는 계속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분명 내 유산휴가라는 복무처리가 맘에 들지 않은 것일 거라 짐작해 본다.

지금은 저출산이라 육아나 휴가제도를 당당히  쓰는 분위기지만 그 당시엔 교사들의 특별휴가가 민감했 시기였던 것 같다.

그는 능력자답게 이른 나이에 교장이 되고 독서모임의 수장이 되어 독서강의도 한다고 들었는데 사람의 상처 하나 보듬지 못하는 이가 교장이 되고 독서모임의 수장이 된다고 하니.. 웃플 뿐이었다.


행히 그 후로는 비교적 평범하고 납득할만한  상사들을 만났고 시간이 흐른 만큼 나도 단단해지고 부당한 일에 설 줄 아는 관록과 정의움이 같이 성장하였다.


상사들이여

예전여리여리한 나는 잊어주시고

파이팅 할 준비는 언제든 되어있으니 상사님

그대들의 결투신청은 언제나 환영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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