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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May 13.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 나 자신아.. 고마해라..

뭐든 처음이란 건

서툴고 부족하고 열정은 과하다.


내가 처음 업무 부장이라는 걸 맡 한 일은

오케스트라 업무였다. 과거형...


같이 연주동아리를 했던 선배부장님이 전근을 가면서 나보고 맡으라고 강제로 떠맡기다시피 했고

음악적 호기심과 더불어

나도 이 나이에 부장역할을 해줘야 하는 책임감도 있어서 선뜻 맡았다.

학교에서 부장이란 수당 쪼끔 더 받고 책임감은 오지게 큰 역할이며 승진하는 사람들이 하던지 나처럼 그냥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던지 확실한 건 모두가 회피하는 그런 자리다.


강사들을 계약하고 관리하고

강사비 매달 정산해 주고

오케 연습 일정 체크하고

오케스트라 단원을 관리하고 뽑고

악기를 구매하고 수리하고

방학 캠프 진행시키고

오케스트라 행사를 준비, 진행하고

거기다 단원 부모님들의 세세한 요구 들어주고

오케를 하다가 애들 싸움 나면 중재하고

오케 관둔다는 아이 설득하고....


오케 연습이 1년 내내 이루어지므로 이 일이 끝나면 저 일이 돌아오고..

더구나 처음 부장업무를 맡아서 기안을 쓰는 것과 공문처리가 서툴렀다.

그래도 처음이라 사기가 충만했고 이왕 하는 거 잘해보자 으쌰으쌰 하는 열정이 있었다. 과거형..


지휘자나 강사들에게 친절하게 대할수록 그들은 점점 불필요한 것들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연습장소에 차질이 생기는 날에는 기분 나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실컷 오디션 거쳐 단원을 뽑아놨더니 한 달이 지나면서 어려워서 못하겠다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다.

구청에서 예산을 지원받아서 강사비며 악기며 무료로 제공하는데도 한계에 다다르면 쉽게 포기하려는 몇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야 한다.

오케스트라가  운영되려면 1명의 단원이라도 소중히 가꾸고 키워야만 조금 더 웅장하고 멋진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연주회행사가 있는 달은 단원복을 대여하고 의상 리허설하고 플릿을 제작하고 간식을 주문하고

 무대설치를 점검하고

연주회 사회 진행 시나리오 쓰고...


우스개 소리로 후배교사에게

" 나  교사 말고 사업해도 될 것 같아."


한 번씩 단원 부모님들의 민원은 덤이다.

연습시간이 방수업이랑 겹치는데 어떡하냐

왜 방학캠프 가정통신이 안 나오냐

애 학원 스케줄 짜냐 하는데 오케연습시간 언제 나오냐


1년을 내가 생각해도 참  무모하게 열심히 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승진하는 것도 아닌데

학교 교육이므로 내게 주어진 일이므로

그리고 멋진 오케를 완성하고 싶은 나의 인정욕구 때문에 열정을 다했다.


12월 피날레 공연을 멋지게 끝낸 후

교장실로 찾아갔다.

"저는 더 이상 이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체질에 맞는 적임임을 알고 신나게 업무를 진행하는 줄 알았던 교장은 몹시 당황해했다.

왜? 힘들었냐고 묻는다.


" 제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음악일을 하는 것은 참 다르네요. 저는 조용히 저 혼자 음악을 즐기는 걸로 할게요. 그리고 사람에게 치였어요. 강사에게 치이고 아이들에게 치이고 학부모에게 치이고.

내가 학원을 운영하는 것도 아닌데  애들 나갈까 봐 노심초사하고 강사들 부모님들 만족은 끝이 없고..

더 이상 이리저리 치이고 싶지 않네요. "


다행히 오케는 제대로 된  새 적임자를 만나 더 멋지게 굴러가는 중이다. 

그녀는 뭐든 즐기면서 했고 사람 상대에 스트레스가 없는 쿨한 여성이다.

즐기는 자는 아무도 이길 수 없다는 지당한 말씀.


첫 부장이라 너무 힘을 줬다.

이 사람 저 사람 편의를 봐주다가 나가떨어졌다.

적당한 선에서 아닌 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쓴소리도 필요했는데 그러질 못했고 혼자 끙끙 앓으며 속병만 키웠다.

더 이상 사람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사람상대포인트점수는 차고도 남는다.


그 후 과학부장을 2년째 맡고 있다.

딱 적성을 찾았다.

컴퓨터 과학 련 업무라서 과학 관련 업무나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도맡아 하는데

 나 혼자 공문작성하고 문서 작업하고 행사준비를  하면 된다.

나에 필요한 건 오직 컴퓨터와 워드, 액셀 작업..


아 이럴 줄 알았으면 IT 쪽으로 직업을  잡았어야 했는데...

애들 가르치는 일이 업인 사람이 사람보다 컴퓨터가 더 편하고 좋으니 큰일이다.



나는 isfj 임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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