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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May 04. 2023

내 맘대로 살고 싶어

#  여행은 늘 목말라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보자면 나는 isfj이다.

혼자 있기 좋아하고 감성적이며 계획적이다. 의욕도 없다. 감정도 점점 메마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그나마 나를 설레게 하는 건 여행이다.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것도 여행이다.

해마다 여름휴가 때 어디를 갈 것인지 결정하고 4 식구가 함께 추억을 쌓았고 그것은 내게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그때 그곳을 가지 않았다면 돈은 좀 모았을지 몰라도 우리 가족의 애틋한 추억은 없을 테니 나는 추억을 선택했음을 두고두고 뿌듯해한다.


첫 아이 는 국내와 제주도를 주로 다녔고 아이도 제법 어린애 치고 잠도 잘 자고 여행모드에 잘 협조해 주었다. 둘째가 태어나니 슬슬 국내는 지겨워지고 외국으로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둘째가 6개월일 무렵 마침 육아휴직 중이라 11월 비수기에 괌으로 첫 가족해외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공항에서 나오니 후끈한 더운 공기가 괌의 첫인상으로 남아있다.

수영장 리조트에서 맘껏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첫째와 무제한 맥주에 해산물이 가득한 뷔페식 음식에 스노클링 재미에 푹 빠진 남편은 지금도 자기에겐 괌이 파라다이스라고 한다.

6개월 젖먹이를 썬베드에서 돌보며 육아인지 여행인지 모를 포지션의 나도 그저 행복했다. 여긴 괌이니까..


그 후 우리 가족은 방학마다 싱가포르, 대만,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고 특히 일본은 가깝고 아이들 데리고 다니기 안전해서 제법 많은 지역을 가보게 되었다. 오키나와, 후쿠오카, 가고시마, 키타큐슈, 그리고 오사카 까지...

사실 비행기 공포증때매 장거리 여행이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 일본을 자주 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날씨는 후덥지근했지만 멋있었던 마리나베이, 다양한 인종들, 조금은 쌩한 싱가포리언, 굴숲 콘셉트의 호텔의 정석을 보여준 만다린 호텔,  필리핀메이드 2명을 데리고 식사하던 한족이 기억에 유독 남는 싱가포르.


거리 가득한 한자 간판에 정신이 혼미했던 타이베이, 기차를 타고 떠난 가오슝, 기본 영어도 통하지 않는 현지 식당에서 훠궈를 잔뜩 시켜 먹었던 추억, 4인용 자전거를 타고 깔깔거리며 누볐던 치진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실제 배경 지라는 지우펀에서 인파에 깔릴 뻔했던  왠지 친근했던 대만..


일본은 지역마다 주는 느낌이 정말 다 다르다.


우중충한 날씨의 2월의 오키나와는 아직도 큰 아이에게 최고의 여행지였다. 4박 동안 매 다른 호텔이나 리조트를 이용했는데 아이들은 아직도 오키나와의 다다미방 호텔을 이야기한다. 낡고 허름했지만 다다미 방이 있어서 특이하고 놀기에 좋았다고. 난 쨍한 여름에 다시 한번 오키나와에 가고 싶다고..


렌트한 차로 태풍을 뚫고 다닌 유후인과 벳부와 운전 중에 본 원령의 숲이 인상적인 후쿠오카. 아~ 이치란 라멘도 빼놓을 수 없는 후쿠오카.


살아있는 화산 사라지마 화산을 보여주겠노라 떠난 가고시마. 덜컹거리는 비둘기호 같은 기차를 타고 딸기 모찌를 먹으며 향했던 일본 최 남단 이부스키.


배를 타고 시모노세키를 넘나들었던 키타큐슈..


최근 입시 때문에 3년 동안 못했던 여행을 오사카로 다녀왔다.

늘 그랬듯 항공과 호텔을 내가 예약하고 다닐 곳의 동선, 식당, 교토투어 버스 예약도 했다.

현지에서 실제 길을 찾고 움직이는 길잡이 역할은 인간내비게이션 남편이 할 일이다. 우리의 분업은 아주 효율적이다.

 오사카는 꽤나 큰 도시였고 남편이 길을 잃을 정도였으니 길치인 나 혼자라면 분명 몇 번이고 길을 잃어서 난감했을 것이다.


사춘기 한창인 둘째의 투정을 달래기 위해 캐릭터샵도 주기적으로 들러주고 4 식구가 힘들지 않기 위해 맛집에 대한 집착은 포기했다. 저녁은 무조건 포장해서 호텔에서 쉬면서 먹는 게 모두를 위한 일이었다.


우메다지역에서 1박을 할 때는 일본에 조금은 위축되었다. 오사카가 큰 도시이고 사람도 무척 많은 도시란 걸 알았지만 우메다 지역의 큰 빌딩들은 너무나 거대했고 창밖으로 보이는 사무실과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일본을 좀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젠장,,, 일본은 선진국임을 실감했다.

교토는 오사카의 숨은 보석이었고 역시 우리 가족은 도시 오사카보다 자연 교토를 좋아하는 취향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 여행이었다. 다음엔 따뜻한 봄날에 교토만 집중적으로 다녀오고 싶기도 하다.


다행이다. 아직은 설레는 일이 남아있어서..

언제까지 설레일지는 모르겠다.

 혼자보다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이 좋다. 같이 추억을 공유하는 건 우리 가족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혼자여행은 내키지 않는다. 멋진 풍경을 보고도 누구와 공유할 수 없다는게 아직은 싫다.


우리 가족은 또 다른 추억을 쌓기 위해  그 날을 기다리며 각자 자신의 임무를 다 하고 있다.


나는 50살에 신나는 백수로 살아가기 위해, 사실 맘대로 떠나고 싶을 때 떠나기 위해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중이다.


백수로 살고 싶은건지 그냥 맘대로 떠돌아 다니고 싶은건지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여행은 늘 목마르고 나는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준비를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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