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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May 06.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 정동진 기차 여행

5월 연휴에 우리는 정동진 기차에 몸을 실었다.

어린이날 겸 어버이날을 위한 효도여행이라고 치자.

구 남자 친구 현 남편과 대학교 때 밤기차 타고 처음 가보았던 정동진으로  4 식구가 아니 시부모님과 6 식구가 되어 떠난다.

기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통수단이다.

부드럽게 정해진 레일 위를 안정적으로 달리는 모습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과 닮았다.

편안하게 창 밖 풍경을 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기차역에 들어서면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고 낭만적이고 설렌다.

은퇴하면 기차로만 다니는 여행을 하여 글로 쓰고 싶은 소망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기차가 닿는 바닷가 시골 마을에 작고 소박한 집을 사서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기차에서 먹을 수 있게 여러 가지 주전부리를 팩에 담아 가족들에게 건네주니 즐거워한다.

아쉽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그 나름의 운치는 있다.

우리 아가씨들은 창 밖 풍경 감상보다는 각자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해 있다.

어릴 적 지방에 근무했던 아빠에게 주말이면 기차를 타고 내려가곤 했는데 그때는 기차 타고 가는 날을 그리도 좋아하더니...

이젠 창 밖 풍경은 관심조차 두지 않고 각자 비지니스에 집중...

딸들아 !!사색에 잠기고 낭만을 즐겨보자!

야속하게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비바람이 제법 차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부터 들어가 이른 점심을 먹는다.

원래 계획은 바다부채길 트레킹이었는데

추위 때문에 계획을 변경해야겠다.

혹시라도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카페에 들어가 몸을 녹여 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때워보지만 비는 오후 늦게나 멈출 모양이다.

우리는 스케줄을 변경하여 정동진 시간박물관으로 들어가 알차게 박물관을 즐겼다.

시계와 과학의 만남이랄까.

오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음을 다시 한번 되뇌며.

청명한 하늘과 눈부신 바다를 마주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정동진자체가 주는 운치만으로 충분히 감사한 하루다.

저녁까지 배부르게 채운 후 기차역 내에 있는 맞이방에서 파도를 바라본다.

따뜻한 온풍기덕분에 노곤한 몸으로 멍하게 파도를 바라본다.

 일상을 벗어나 이렇게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다시 치열한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잠시 낯선 곳에 머무르는 시간들이 무료해진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을 만들어줄 것이다.

수많은 연인들이 가족들이 오고 갔을 정동진 기차역이 수많은 그들의 이야기와 추억을  품고서 거기

그렇게 있어 주었고

나는 20년전 대학생시절의 추억 위에 새로운 2023의 하루를 정동진역에 태고서

7시 30분 서울행 기차에 오다.

소박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음에  새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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