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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천개 Feb 12. 2019

3만 원짜리 와인 사러 갔다가 7만 원짜리 구매한 사연

스토리의 힘은 어디까지 일까요?


내일은 은사이자 인생 멘토이신 K대 경영학과 교수님과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는 날입니다.


간단한 선물로 와인 만한 게 없기에 프리미엄 마트 내 와인 코너에 들렀습니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고급 와인의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다고 합니다. 3~4만 원대 와인만 해도 해외 무슨무슨 와인 대회 대상 수상한 제품이 있을 정도니 말입니다. (정말 존경하는 교수님이라서 가격을 떠나 최상의 선물을 드리고 싶지만)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선에서 선물을 고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인 코너에 가보니 그 종류가 무지막지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름도 다 꼬부랑 말이라 모르겠고 비슷한 가격대에 등급과 맛, 겉모양 등 천차만별이라 10분 넘게 방황만 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잘 모르면 헤매는 법입니다.  
 


결국 대충 '투핸즈, 엔젤스 쉐어 쉬라즈'라는 제품을(3만 원 후반대) 고르게 되었습니다.(이름에 엔젤이 있길래) 고르고 나서도 찝찝한 것이 차라리 다른 선물을 살까 라는 마음이 들던 찰나, 와인코너 매니저가 오른쪽 선반을 가리키며 '저 와인은 2018년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 회담했을 때 만찬주로 올라갔던 제품이에요'라고 하더군요. 반가웠습니다.


매니저의 이 말이 반가웠던 이유는 와인은 잘 모르더라도 내일 교수님과 소주 한잔 하면서 '교수님 이 와인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먹었던 와인이랍니다. 그래서 가져와봤어요'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작 말해주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10만 원인데 할인하여 7만 원이라고 알려줬습니다. 원래는 선물 구입비로 3~4만 원대를 예상하고 왔는데 2배나 높은 가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도리어 '그럼 그거로 주세요'라며 냉큼 구매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정상회담 만찬주 지라드 까베르네 소비뇽 나파 밸리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각 제품군마다 심리적 가격의 한계가 있고 이는 상대적입니다. 100만 원이라도 싸게 느끼는 경우와 5천 원이라도 엄청나게 비싸게 느끼는 경우가 그런 것이죠.
예를 들어 점심 밥값으로 1만 원 지출이나 주차비 5천 원은 비싸다고 느끼는 반면 스마트폰 구입비 100만 원이나 자동차 구입비 5천만 원은 그다지 비싸다고 느끼지 않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1만 원도 비싸다고 느끼는 점심 밥값으로 무려 그 10배인 10만 원이 나가도 아깝지 않은 경우가 혹시 있을까요? 사랑하는 가족이나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분께 쓰는 10만 원이라면 기꺼이 그리고 더 많이 쓰고 싶을 겁니다.  


다이슨은 가전제품을 비싸게 팔기로(유독 한국에서) 유명합니다. 그럼에도 잘 팔리는 이유는 먼지봉투 없는 무선 청소기(유선이 아닌 점, 먼지통을 터치 한 번으로 쉽게 비울 수 있는 점)와 예리하고 위험한 날이 없는 선풍기(공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분해해서 닦기도 어려운 선풍기'날'을 없애버린 점) 등 각 제품마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스토리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강력한 경쟁자들(삼성, LG, 차이슨이라 불리는 것들)도 비슷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그래도 1등은 다이슨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와인코너 매니저가 들려준 트럼프-시진핑 스토리는 '선물값으로 3만 원이면 돼'라는 심리적 가격 한계를 아주 가볍게 부수는 역할을 했습니다. 다이슨처럼 업계 1등 와인도 아니면서 가성비까지 좋은 수많은 훌륭한 경쟁자들까지 즐비한 상황에서도 바로 구매하게 하는 강력한 한방. 그것이 바로 스토리의 힘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아버지는 20년 넘게 포도밭 농사를 지었습니다. 
포도알을 파먹는 까치와 해충도 많았고 여기에 더해 농약마저도 치지 않았기 때문에 상품성 있는 포도는 전체 수확량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포도 한 박스 당 가격은 3만 원 넘게 받았습니다.(당시 청과물 시장 기준 1만 원 이상 비싼 가격) 포도를 수확하는 9월부터 10월(보통 추석 즈음되면 포도 수확철이다) 한 달간 2천 박스 넘게 팔았으니 수입도 한 달 동안 수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포도가 비싸고도 잘 팔린 이유는 농약을 치지 않은 유기농이기 때문입니다. 전국에 암환자 사이에 소문이 나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이 당시에는 웰빙이라는 개념 자체도 희미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왜 농약을 치지 않아서 이렇게 농사를 망치냐는 핀잔 속에서도 아버지는 유기농을 고집했습니다. 까치가 몇 알 파먹어서 상품성 없는 포도는 제가 실컷 먹었고 동네 어르신들이나 어려운 분들께도 잔뜩 나눠드렸습니다. 그래도 남아서 잼과 포도주도 수십 병씩 만들었습니다. 이 포도주도 귀한 분들 선물용으로 아주 요긴하게 활용했으니 앞으로도 남고 뒤로도 남는 장사 아닌가 합니다. 


매출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훌륭한 스토리를 만드는데 큰돈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땀 흘리며 수확하는 모습이나 제품 제조 과정의 시행착오, 노력, 차별성 등을 영상이나 이미지, 글, 포장지에 표현하면 되니까요. 영업 등 서비스 분야나 책, 강연 등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요. 직접 실험해 보시고 저에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계속 실험하고 있고 이 결과에 대해서도 조만간 말씀드릴 기회를 갖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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