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갉아먹는 습관, 모든 일에 '의미부여'하기

신경 과잉

by 글천개

모든 일에 매번 감정적인 의미부여를 하는 것은 자신을 갉아먹는 것과 같습니다. 그 일이 직장이든 인간관계든 말입니다.


예전 대학교 교직원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 대외협력처 소속으로 총장 비서실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총장님은 일정 상 365일 단 하루도 휴일이 없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크고작은 모든 약속을 철저히 지키며 항상 책을 가까이하면서 체력관리에도 능한 분이었습니다. 그런 분께 누가 되지 않고자 항상 긴장했습니다. 연세도 당시에 70대 후반이었으니 일과 사람에 대한 통찰도 상당하셨겠지요. 직원들이 아무리 잘해도 그분 성에 찰리가 없었습니다.


저도 당시 신입 비서로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거의 자정이 되어서야 일이 끝나는 고된 시기였지만 또 얼마나 덜렁댔는지 비서에게는 가장 중요한 수첩도 잃어버리고 연설문도 잘못 전달해드리고 잘못된 장소 안내까지, 정말 귀신에 씌었다고 할 정도로 별 일이 많았습니다. 항상 완벽을 추구하던 총장님께 꾸지람을 듣는 것은 일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서 정말 많은 교훈을 얻은 값진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삶을 바로 옆에서 고스란히 볼 수 있었으니까요.


어쨌든 당시엔 좀 어렸고 열심히 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거의 꾸지람뿐이어서 사표를 쓰려고 했던 제게 비서실장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총장님을 그냥 괴팍한 큰 아버지라고 생각해라'라고 말입니다. 일을 넘어서라는 말이고 꾸지람에 대해 심각하게 의미 부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꾸지람만 생각하면 그 틀에 갇혀 자신감이 떨어지고 열등감의 원인이 되어 더 일을 못하게 됩니다. 경직되는 것이고 악순환이 되는 것이지요.


프로 골프선수가 1번 홀에서 보기를 범했다고 주저앉는 경우는 없습니다. 만회할 기회가 18번 홀까지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빨리 훌훌 털고 다음 라운드를 준비해서 경기가 끝날 때는 멋지게 순위를 뒤집는 겁니다. 1번 홀부터 언더파를 치면서 승승장구하다가도 막판에 줄 보기를 범해서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경우도 수없이 많으니까요. 1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경기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있어야 작은 실수에 매몰되어 큰 일을 그르치지 않습니다. 결국 잘했든 못했든 끝까지 해본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넓은 시야를 갖게 됩니다. 점차 좋은 경기가 나올 일이 많아집니다. 처음부터 강심장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끝까지 해본 경험이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렇게 강심장이 되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잠깐 샜는데,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보내고 갓난쟁이를 집에 처음으로 데려와서 먹이고 여러 가지 이유로 무거워진 기저귀를 갈고 어찌어찌 재웠습니다. '육아라는 게 생각보다 별거 아니구나'라는 오만한 생각을 했더랬지요. 세상 일이라는 게 만만한 건 역시나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새벽에 자는데 악을 쓰고 울어댑니다. 깜짝 놀라서 깼습니다. 처음이다 보니 어디가 아픈 건지 배가 고픈 건지 도통 모르겠더군요. 시계를 보니 새벽 3시이고 아침 8시에 중요한 일도 있는데 몸과 마음이 힘들더군요. 서툰 부모 밑에서 갓난쟁이는 새벽 6시까지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그 며칠을 퀭하게 보내고 나니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의미 부여하지 않는 것이지요. 처음엔 솔직히 신경도 곤두서고 예민해져서 많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냥 아이가 배가 고프니 한 100ml 타서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줍니다. 안 자면 안자나 보다 자면 자나보다 합니다. 그게 아이도 저도 편한 것 같습니다. 설거지할 때도 휘파람 불면서 그냥 합니다.


일을 할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무척이나 하기 싫은 일도 있습니다. 일의 결과를 봤을 때 싫은 일도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거기에 '좋니 싫니 짜증 나니' 하는 감정을 섞지 않고 그저 루틴 하게 하는 게 정신건강상 유익할 때가 많습니다. 매번 크고 작은 일들마다 전부 의미 부여한다면 감정이 메마르고 감성 거지가 됩니다. 그리고 공격적이 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불안정하고 다가가기 꺼려지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마트 직원이 좀 불친절하다고 쏘아붙인다거나 앞차가 거칠게 운전한다고 분노하거나 보복하는 것은 인생에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보다 작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까요. 물론 억울할 수 있지만 그럴 때마다 온화하게 상대방을 이해하며 웃으면서 넘어간다면 인간으로서 높은 품격을 갖게 됩니다. 그럼 상대방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내가 의미 부여하지 않고 잘 넘어갔더니 상대방도 나 자신도 품격 있는 사람이 될 기회를 동시에 갖게 되었습니다. 품격은 향기가 납니다. 가치가 높습니다. 그 향기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게 될 겁니다. 가족에게도 안정감을 주고 본이 됨은 말할 것 없겠지요. 툭하면 화를 내는 사람에게 사랑과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한 번만 하고 안 할 일이라면 혹은 오늘만 살 거 아니라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어렵니 쉽니 하면서 의미 부여하지 말고 미루지 않는 게 인생도 늘어지지 않는 단순한 비결 아닐까 합니다. 단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겠지요.


그럼 오늘부터 사사로운 일에는 감정적인 의미부여 말고 너그러운 생각을 갖도록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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