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돈 많이 번다더라"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왜? 두렵기 때문이다. 세수하고 머리 좀 만져도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내 얼굴을 만천하에 드러내야 하고 세련되지 못한 말투와 내용도 걱정이다. 이럴 때면 잘생긴 사람이 부럽다.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 또 잘하다가 소재가 다 떨어지면 또 어찌해야 하는지, 그리고 하는 내내 주변 눈치에 시청자 눈치까지도 봐야 하고, 무엇보다 예비 시청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중압감,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는 외로움.
"에라 그냥 하지 말아야겠다!"
좀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시작은 한다. 그러나 막상 큰 맘먹고 시작했는데 1개월이 지나고 6개월이 지나도 도통 조회수는 생각만큼 늘지를 않고 구독자 수도 몇십 명 수준이다. 남들은 짜장면 시켜먹는 영상 한 번만 올려도 수십만 조회수에 구독자도 수만 명인데.. 나는 어째 괴로운 건 시작 전이나 시작 후나 마찬가지다. 용기가 다 뭔 소용이람. 유튜브에 이름깨나 날리는 사람들은 아마도 다 이런 과정을 겪었을까?
나도 유튜브에 영상 몇 개 올렸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더 이상 올리지 않았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작심삼일이나 길어야 1개월에서 3개월 하고 관두는 일이 태반이다. 나 또한 그렇다.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자신이 재미있어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많은 시간을 투입하게 된다. 자다가도 생각나는 일, 잠 깨자마자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설렘과 흥분이 있으니 행복한 상태는 맞다. 게임이 그렇고 차가 그렇고 낚시가 그렇고 책이 그렇고 여행이 그렇고 팬심이 그렇고 반려동물이 그렇고 사람이 그렇다. 이런 것들에 몰입은 하되 중독은 되지 말아야 의미 있는 일이 된다. 자신의 선택에 의미가 있어야 자책도 없고 행복을 이어갈 수 있다. 지구 상에 사람이 나 혼자면 모를까 77억 명이나 된다. 사회구조상 죽을 때까지 자의든 타의든 나는 비교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의미 없는 일을 하면 그래서 알 수 없는 우울감이 생긴다.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는 가장이(여자든 남자든) 생계를 위한 일은 나 몰라라 제쳐두고 하루 종일 방구석에 처박혀 게임하거나 낚시나 다닌다면 인생에서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을 하는 것이다. 또한 생계를 위한 일을 하면서 책임을 다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무언가 의미가 없으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자신에게 어떤 그럴듯한 의미가 없다면 다른 일에서도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어떻게 하면 죄책감이 들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에 의미를 둘 수 있을까? 취미를 예로 들면 낚시에 온통 시간을 쓰고 있다면 TV에 나올 수준 혹은 유튜버, 블로거로 유명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어떨까. 책으로 써서 출간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가슴 뛰지 않는가?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일로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면 정말 그렇게 하면 된다. 알아보면 다 길이 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거기에 써왔는데 그까짓 거 하나 못한단 말인가. 내일이 죽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사실 게으름의 다른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앞으로 시간을 더 투입해도 스스로에게도 죄책감을 갖지 않고 계속 즐길 수 있지 않은가.
하루 종일 책 읽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이런 사람도 존재한다. 여기서 책을 읽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매번 읽은 책을 자신이 느낀바대로 유튜브든 블로그든 올려보는 것이다.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시작조차 못하던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일이 된다.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해당 분야 최고가 된다든지 해당 키워드로 가장 많이 검색된다든지 한 달 500만 원 소득을 달성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의미가 될 수 있다. 자신과 타인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된다면 의미 있는 목표라고 정의했을 때, 의미는 어떤 것도 상관없고 남들과 같은 목표라도 상관없다. 의미 없는 일을 하는 게 문제일 뿐.
집에서 애니나 특정 취미만 하는 덕후라도 그 분야에서 리뷰어로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든가 아니면 동네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면 지금부터는 과몰입이나 쓸모없는(useless)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성덕이(성공한 덕후) 되는 여정으로 극적 변화를 만들게 된다. 터닝포인트다. 업황 개선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좋아져 기업 내실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종목을 주식시장에서 '턴 어라운드(Turn around) 형 종목'이라고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두면 턴 어라운드의 기회를 맞는다.
사람들에게는 정말 다양한 욕구가 존재하고 지금 TV 채널 숫자보다 100배 이상 증가해도 77억 명의 니즈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다. 반사회적 콘텐츠만 아니라면 반드시 자신이 가진 것들로 사람들에게 재미와 이로움을 줄 수 있으니, 쓰임새 있는 사람이 된 것이고 그런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유튜브나 해볼까? 나도 블로그나 해볼까? 나도 책을 써볼까?" 등의 생각이 든다면, 그럼 의욕은 있으니 이걸 통해 내가 무엇이 될지, 무엇을 할지 정하기만 하면 된다. 최소한 의미 있는 일이니 얼마를 투입했든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
곧 2X2 매트릭스 사고법 책을 출간한다. 훌륭한 공저자 두 분과 함께. 6개월 넘게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고통스럽지만 시간 날 때마다 궁둥이를 의자에 붙인 결과다. "독자들을 괴롭히는 복잡한 문제를 간결하게 줄여주고 해결책을 찾도록 도울 수 있다면"이라는 의미가 없었다면 단 한 페이지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고민을 줄여준다니 근사한 의미 아닌가? 지금도 책상과 선반 위에는 원고가 되지 못하고 이면지가 돼버린 종이와 세월은 몇 배 더 많다. 그러나 아깝지 않다. 의미를 부여한 순간부터 이면지는 버려지는 쓰레기가 아니라 쓰임새 있는 원고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들어간 노력이고 여정임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시간을 게임하면서 유튜브 방송했으면 최소한 나 같은 아재 팬 1천 명은 만들었을 텐데, 까짓 거 다음번엔 40대 아재들만 하는 게임방송에나 도전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