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나는 남들을 잘 부러워한다.
누군가를 만나면 늘 남편에게 시시콜콜 모든 이야기를 다하는데 때로는 안 부러운 척하지만 남편은 다 안다.
남의 집, 남의 차, 남의 자식 성적, 남의 남편 연봉...
(그러고 보니 나만 빠졌네. 불공평하다!!)
반대로 남편은 살면서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신기하리만큼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고 아무리 비관적인 현실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고 한다. 동기부여 같은 건 없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2023년 우리 가족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위기를 맞았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아끼며 살아왔지만 이렇게까지 아끼며 살아 본 적은 없다.
지출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며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잔머리를 많이 쓰지만 아낀다는 것에 대한 값진 경험을 하는 기간이라 생각한다.
2025년은 남편의 긍정이 빛을 발하며 여러 가지 복잡했던 일들의 실마리가 하나하나 풀려가고 있다.
결혼 후 남편은 기념일마다 카드와 책으로 선물을 해주었다.
카드의 내용은 늘 똑같았다.
"Dear my wife
당신의 노고에 감사하며
건강에 더 신경 쓰시고
앞으로 좋은 일 만 가득할 것이오!
From your husband"
올해의 생일은 좀 다르다.
피트니스센터 연 회원권을 등록해 주겠다고 한다.
난 신이 뻗쳐 다양한 금액대의 연 회원권을 검색하고 남편에게 알려줬다.
남편은 오랜만에 나와 눈을 마주하더니
그간의 거래와 실적과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한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남편은 최고로 비싼 피트니스센터를 지금 등록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걸 하고 나면 거래금액이 줄어든다. 올해는 적당한 곳으로 하고 내년엔 내가 가장 소망하는 곳을 함께 등록하자고 한다.
나를 달래는 남편의 눈빛은 아주 착하고 다정했다. 그리고 이 말을 하는 순간은 간절했다.
아이를 달래며 당부하듯 그리고 다짐하듯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간절하게 이야기했다.
"이제 누구누구 부러워하지 마. 이렇게 하나씩 되어 가고 있잖아. 알겠지?"
자식이 갖고 싶은 걸 못 해줄 때처럼 속상했을까?
남의 남편처럼 떵떵거리는 자랑거리를 못 만들어 준걸 속상해했을까?
나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리고 적당한 피트니스 아니 넘치는 피트니스센터를 등록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눈앞에 하나의 선명한 길이 눈에 보였다.
남들이 사는 옆길이 아닌 우리가 걸어가야 할 우리의 길.
이제 옆길로 새지 말고 우리의 길을 다정히 걸어가자.
함께 짊어진 우리의 노고와 시련과 그리고 끝없는 희망에 감사하며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