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처럼
빼곡한 일정을 짠다.
그러나 반만 지킨다.
가장 우선순위는 늘 내일로 패스
시답잖은 일
계획에 없던 일
앞일에 밀려 가장 중요한 일은 바라만 본다.
이런 생활을 한 지 두달
그런데 이상하게 좋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획을 다 수행하지 못하는 나를
구박하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
시험 기간이 좀 남았을 뿐 시험을 앞둔 학생의 기분은 여전하다.
이유를 생각해 본다.
우리 집은 3층인데 오래된 아파트여서 나무가 매우 울창하다.
3층 베란다 앞은 손에 닿을 감나무와 하얀 꽃이 피는 이름 모를 나무가 창을 둘러싸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점심을 준비하는데 사사삭 사삭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다.
영화 사운드 이펙트로 듣던 바람 소리를 눈으로 보며 귀로 듣자니 혼잣말이 절로 나온다.
"너무 좋다"
그러고 보니 요즘 집에서 자주 하는 혼잣말이 "너무 좋다" 이다.
난 늘 무언가를 했어야 했다.
무언가를 하는 멋진 나여야 했다.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 나보다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었다.
꼭 해내고 말겠어. 내가 보여주고 말겠어. 그렇게 지내왔다.
사람을 만나는 데 지치고, 피곤함을 느꼈다.
인스타와 유튜브를 보며 자극되던 감정들도 고요해졌다.
시간을 요란하고 화려한 디저트와 같이 써야 행복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무미건조한 보리빵 같은 하루를 보내며 행복해하고 있다.
주변의 자극을 줄이고 정돈된 집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나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
나를 들들 볶는 일을 언제까지 멈출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못 벌어 불안하긴 하지만,
2025년 봄은 나에게 그어느해보다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