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화 Sep 01. 2016

음악이 반가워

월세 (월요일 세시)냅시다.

2016.0829

엄마는 말씀이 없으시다.

79세가 되신 엄마는 해가 갈수록 말씀이 더 없어지신다.

그런엄마에게 하나밖에 없는 딸도 2억만리 떨어져 있는지라 점점 난 엄마에게 손님같은 딸이 되어간다.

엄마 곁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나에게 잠을 뒤척뒤척 하시던 엄마가 새벽1시에 입을 떼신다.

“요즘은 무슨 말을 하면 실수할까봐 더욱 조심 스럽다.

특히 사위는 더 어려워,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따뜻한 말한마디가 입밖으로 나오기가 참 어려워.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어. 너무 싫어…정말 싫어…

그래도 이렇게 비둔한 몸이 운동할 땐 다 잊어. 

아마 음악 때문인 것 같아. 리듬을 타면 숨도 안차고 시간도 잘가.  

그리고 얼마전엔 어떤 음악이 나왔는데 그 음악이 말야…."

“신혼시절 네아빠가 출판사에서 일할 때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뜨기 나에게 수금을 시켰어.

길도 모르는 나에게 종이쪽지 하나 들고 이 학교 저 학교 찾아다니며 책값을 받아 오라는데 한복에 슬리퍼 신고 교무실에 가면 선생님들이 사모님 오셨냐며 돈다발을 가방에 넣어줬어. 

속으로 난 슬리퍼가 너무 창피했지만 그때 왜 그 돈으로 슬리퍼 하나 장만할 생각을 못했나몰라. 

아빠와 만나는 시간을 지키기 위해 돈가방을 들고 부리나케 버스정류장으로 가는데 전파사에서 무슨 팝송이 나왔어.

그 음악이 어찌나 좋던지 11시40분 아빠를 만나기 위해 타야 하는 버스를 보내고 또 보내며 “에라 나도 모르겠다. 기다리겠지”하며 음악을 끝까지 들었어.

그런데 그 팝송이 엊그제 운동하는데 나오는거야.

“음악이 반가워”~~~”음악이 사람처럼 반가워~~”

운동을 하다 음악과 두손잡고 바라보며 미소짖는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55년전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그마한 체구에 한복을 입고 몸체만한 스피커 앞에서 음악속으로 빨려 들어가 잠시 현실을 벗어난, 

아줌마라 하기엔 아직 어린 시골처녀!

79살의 내엄마…아직도 소녀 같은 내엄마… 

엄마의 소중한 기억을 깨워준 그 음악! 뭔지 모르지만

음악아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네가 이해가 안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