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외출 : 자연이 만든 조각품

주상절리

by 김형우

1100 고지를 거치는 240번 버스를 타고 더 내려가면, 어느덧 서귀포 남쪽 해안가에 위치한 중문 관광단지에 다다른다. 여기까지 내려온 까닭은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서이다. 주상절리까지는 중문에서 택시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미 1100 고지를 보고 감성이 고양된 탓인지,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 펼쳐진 갈대밭과 반대편의 중문 해안가가 무척이나 아름다워 보인다. 예전 같으면 그저 스치고 지나갔을 풍경들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니 너무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주상절리에 도착하니, 다시 한번 감탄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조각품이 저 멀리 우뚝 서있다. 주상절리는 이곳에 흐르던 용암이 급격히 식으면서 급격히 쪼개지면서 6 각형의 기둥들이 형성된 것이다. 그것을 바다의 침식작용이 오랜 세월에 걸쳐 깎아내면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그 모양이 너무나 반듯해서 정말로 이것을 자연이 만들어낸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직선으로 구성된 기하학적 형체들이 단순히 용암의 냉각 과정에서 형성되고, 그리고 파도로 인한 침식 작용이 그것을 다시 한번 정교하게 깎아낸다는 것. 인간에 의한 어떠한 의도성도 여기엔 작용하지 않았고, 그저 자연의 원리 속에서 걸작이 탄생하였다.

용암과 파도가 거대한 조각품을 만들어내었다. 어쩌면 자연의 원리는 예술성을 품고 있는 게 아닐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그의 책 ‘월든’에서,

‘지구는 화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다. ··· 그 속에 우리의 쇳물을 부어 가장 아름다운 주물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것들도 대지의 용해물이 흘러나와 만든 형상처럼 나를 흥분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라고 하며 인공물과 비교될 수 없는 자연물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 이 주상절리는 그런 위대한 자연물의 완벽한 예시가 아닐까 싶다. 주상절리를 보는 순간에도 파도는 치고 있었다. 지금도 바위는 계속해서 다듬어지는 중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내 눈 앞의 주상절리는 끝없이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자연의 행위예술이 아닐까. 우리는 이미 종결된 작품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열 번째 외출 : 동백꽃 필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