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외출 : 폭포가 흐르는 길을 따라

천제연폭포

by 김형우

중문의 남쪽 끝에 주상절리가 있었다면, 북쪽으로는 천제연폭포라는 자연의 예술품이 자리 잡고 있다. 3개의 폭포로 구성된 대규모 스케일의 천제연폭포는, 선녀들이 목욕을 하던 옥황상제의 폭포였다는 전설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안내표시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 보니, 에메랄드 빛의 맑은 물 그리고 그걸 병풍처럼 감싼 바위벽이 등장해 감탄을 자아낸다. 바위벽의 한쪽 틈새에서 물방울이 조금씩 똑 똑 떨어지길래 거기서 물이 쌓여 이 큰 호수를 이룬 것인가 하고 생각하다가, 오른쪽에서 힘차게 샘솟는 용천수를 보자 비로소 이 많은 물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챈다.

천제연폭포의 제1 폭포는 물이 흘러내리는 곳이 아닌 물이 시작되는 곳으로, 폭포는 볼 수 없으나 비가 많이 오면 저 바위 병풍으로도 물줄기가 흐른다고 한다. 제1 폭포의 물은 고여 있는 듯하지만, 뒤편의 돌 틈 사이를 꾸준히 조용하게 통과하며 다음의 제2 폭포를 향해 분주히 가고 있었다. 네모반듯한 돌 벽과 그 앞으로 흐르는 호수, 문득 안도 타다오의 본태 박물관 건물이 생각났다. 어쩌면 타다오가 여기서 영감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상상을 해본다.

제1 폭포는 에메랄드빛 수면과 바위 병풍이 특징이다.

관람로를 따라가면 제1 폭포의 물이 제2 폭포로 가는 과정을 쫓아갈 수 있다. 졸졸졸 흐르던 물은 큰 절벽을 만나면서 비로소 힘차게 내리는 제2 폭포가 된다. 제2 폭포의 특징은, 폭포수 뒤편의 모습이 보여 신비감을 준다는 점이다. 3~4갈래로 내리는 폭포의 물줄기 뒤로 돌 벽에 무성히 자라난 풀들의 녹색이 드러나고, 폭포 하단부에서 물세례를 받는 바위들에는 폭포수가 부딪히며 돌 표면에 흰색 외곽선을 두껍게 그리고 있다. 흐르는 물 뒤편에서 풀과 돌의 모습이 신비롭게 연출되는, 이른바 시스루 폭포라고 할 수 있겠다.

제2 폭포에는 2시 즈음에 무지개가 생긴다는 말을 듣고 시간을 맞춰 다시 찾아가 보았으나 아쉽게도 무지개는 보이지 않았다. 하기야 그것이 매일 보이면 어찌 특별함을 간직할 수 있겠는가. 폭포의 무지개를 보기 위해선 참 많은 우연이 일치해야만 할 것이다. 폭포의 물방울과 태양빛의 방향, 그리고 나의 발걸음까지. 그 세 가지가 일치할 때가 있기를 바라며 다음 방문을 기약하기로 했다.

제2 폭포의 폭포수 뒤로는 바위와 이끼가 그대로 드러난다.

제2 폭포의 뒤편으로는 거대한 선녀교가 보인다. 옥황상제의 칠선녀 설화를 따서 다리를 지었다고 한다. 거대한 아치형의 다리이다 보니 경사가 꽤나 컸다. 다리 중간에선 제주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과, 폭포수의 최종 종착지인 중문 바다가 보인다. 한라산에서부터 바다까지, 물의 여행길을 아주 거시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다시 다리를 건너 돌아와, 마지막 제3 폭포로 향한다. 제3 폭포로 가는 길은 꽤나 멀었다. 좁은 소나무 길을 한참 걸어가고, 다시 계단으로 꽤나 내려가니 비로소 제3 폭포가 나타난다. 정면에서 바라보게 되었던 제2 폭포와는 달리 3 폭포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다. 제2 폭포가 여러 물줄기로 힘이 분산되어 흐르며 투명하게 물이 흐르는 시스루였다면, 3 폭포는 한줄기의 강한 물줄기가 흰색으로 힘차게 흐른다. 은은함보다는 강인함이 느껴지는 폭포였다.

제3 폭포에서는 폭포수가 가장 힘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탐라순력도를 쓴 이형상 목사는 천제연폭포를 방문했을 때 제2 폭포에서 활쏘기로 여가를 보냈다는데, 아마 관덕정에서 매일 활쏘기 한 솜씨가 진가를 발휘하였나 보다. 임관주라는 인물이 그 활쏘기 풍경을 천하제일이라며 감탄하며 시를 썼다고 하니 말이다. 그 기록이 제1 폭포 벽면에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대신 폭포 입구에 그것을 본떠 만든 비석이 있어 그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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