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참나무
나에 대해 알고 싶은 시간 - 동화
우리 마을 어귀에는 오래된 큰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나무 앞에는 평상이 놓여 있고, 평상 옆에는 나지막한 바위가 있다. 나무 뒤쪽으로 집들이 있고, 그 뒤에는 마을을 두 팔로 안은 듯 보이는 산이 있다. 산에서는 꿩이 푸드덕 날아가는 소리가 났고, 휘파람을 잘 부는 새와 목이 쉰 새가 번갈아 가며 울었다. 나무 옆으로 차가 다닐 수 있는 매끈한 길이 나 있고, 길을 따라 계곡 물이 흐르고 있다. 계곡 건너편에는 새로 생긴 캠핑장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려왔다.
달이 엄청 밝았던 날, 마을 사람들은 나무 앞에서 제를 지냈다. 마을 어르신들은 그 나무가 오랫동안 우리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지켜준 나무라고 했다. 나이는 150살쯤 먹었다고 했다. 마을 이장 할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무를 보면 한 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 아는 게지. 잎이 무성하면 풍년이고, 잎이 듬성듬성 나면 그 해는 가물어서 흉년이여.”
‘에이 거짓말! 그런 게 어딨어?’
나는 어른들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무에 별 관심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이장 할아버지 말을 듣고 난 뒤부터 나무가 조금씩 신경이 쓰였다. 학교에 오갈 때 나무를 보고 가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봄이 되자, 나무에 새잎이 많이 났다. 나는 너무 기뻐서 곧바로 집으로 달려가 엄마한테 알려 주었다.
“엄마! 엄마! 마을 앞에 큰 나무 있죠? 오면서 봤는데 나무에 새잎이 많이 났어요.”
“잎이 많이 났다고? 잘됐다. 가을에 도토리도 많이 열리겠다! 올 농사도 잘되면 좋겠다.”
엄마는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었고, 엄마가 어렸을 때 불렀던 노래 하나를 알려주었다.
“서준아! 너 이 노래 아니? 참나무한테 좋은 일이 생겼으니 이 노래가 생각나네”
“뭔데요? 엄마”
“♪뽕나무가 뽕하고 방귀를 뀌니 대나무가 예끼 놈 야단을 치네. 참나무가 옆에서 하는 말, 참아라~"
“하하하, 이런 노래도 있어요?”
나도 엄마를 따라 노래를 불러 보았다.
“♪뽕나무가 뽕하고 방귀를 뀌니 대나무가 예끼 놈 야단을 치네. 참나무가 옆에서 하는 말, 참아라~"
“마을 앞에 서 있는 큰 나무가 바로 참나무야. 오래 잘 참는 나무인가 봐”
“오래 참는다고요? 그럼 오래 참는 참나무, 오래 참는 참나무, 오래참나무 하면 되겠네요?”
“오래참나무? 참나무보다 재밌다. 이름 금방 외우겠는 걸.”
엄마와 나는 우리 마을 앞 오래된 큰 나무에게 ‘오래참나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나는 오줌을 오래 참을 수 있는데 오래참나무는 뭘 오래 참을 수 있을까? 궁금한 건 정말 못 참겠다!
나는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키도 많이 자라고 배우는 과목도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도서관에서 책 보는 게 좋고, 친구들과 축구하며 노는 게 재밌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난 게 생겼다. 바로 학교 마치고 오면서 오래참나무에 들려서 노는 일이다.
학교 수업이 빨리 마친 날, 오래참나무를 보러 갔다. 오래참나무는 비바람에 잘 버틸 것 같은 튼튼한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껍질을 손으로 만져보았더니 바삭바삭한 과자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과자 냄새가 날까 봐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았다. 하지만 과자 냄새는 안 나고 풀냄새 비슷한 냄새가 났다. 나무껍질 위에는 초록색, 연두색 클레이 같은 이끼가 끼어 있었다. 나무 주변을 천천히 돌다가 나무에 움푹 파인 구멍을 발견하기도 했다. 구멍은 내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아주 컸다. 구멍 안에는 개미가 기어가는 게 보였고, 거미가 집을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래참나무 위를 올려다보니 나무의 가지가 여러 가닥으로 벌어져 있었다. 벌어진 가지는 넓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내가 나무를 안아보았는데 세 아름이나 되었다.
그때, 영호가 이쪽으로 오는 게 보였다. 나는 얼른 오래참나무 뒤에 숨었다. 영호가 지나가자 나는 숨을 죽이며 살금살금 뒤따라갔다.
“웍!”
영호가 뒤돌아보았다.
“야! 놀랐잖아!”
“놀랬냐? 우리 숨바꼭질 하자!”
“그래!”
영호가 술래가 되고 나는 바삐 몸을 숨겼다. 나무 뒤에 숨고, 바위 뒤에도 숨었다. 평상 아래에 숨으면 영호의 다리만 보였다. 키득키득 웃다가 그만 들켜서 내가 술래가 되기도 했다. 나무를 잘 타는 영호는 나무 위에 올라가 숨어 있기도 했다. 내가 고개를 들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우리는 놀다가 나무 밑동에 기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보았다. 책을 다 보고 난 뒤에는 움푹 파인 나무 구멍 위에 올라가 쉬기도 했다. 가만히 누워 있으니 바람이 살살 불어 볼이 간지러웠다. 그곳에서 하늘의 구름도 보고 아주 조금 휴대폰 게임도 했다. 노래를 흥얼거릴 때도 있었다.
그 해, 겨울밤이었다. 나는 잠결에 들리는 사이렌 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큰 일 났다. 큰 일 났어. 오래참나무에 불이 났대!"
밖에 나갔다 들어온 엄마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뭐라고요? 오래참나무 말이에요?”
나는 급히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소방차가 도착해서 불을 끄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도 더러 나와 있었다. 마을 사람들 중에는 신발짝을 잘못 찾아 신은 사람도 있고, 머리가 헝클어진 줄도 모르고 달려 나온 사람도 있었다. 잠옷 차림으로 뛰쳐나온 사람도 있었다. 다들 놀란 눈으로 오래참나무에 붙은 불이 빨리 꺼지기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히 나무에 옮겨 붙은 불은 다 꺼졌다.
“누가 불을 지른 거고?”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
“동네 중학생들이 담배 피우다가 제대로 안 끄고 꽁초를 거다 버렸다 하데.”
이장 할아버지가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소방관 아저씨들이 불을 끄고 돌아가자 마을 사람들도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학교를 마치고 곧장 오래참나무를 보러 갔다. 마을 사람들이 나무 있는 곳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나무 둘레에 빨간색 줄을 쳐놨다. 그래서 멀찌감치 떨어져 나무를 살피니 불이 난 곳은 누워서 하늘도 보고 노래도 불렀던 나무 구멍 쪽이었다. 불이 닿았던 곳은 새까맣게 재로 변해 있었다.
오래참나무에 불이 난 지 몇 달 뒤, 봄이 찾아왔다. 따뜻한 봄기운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겨울이 찬 기운을 다시 몰고 왔고, 뒤이어 마을에 폭설이 내렸다. 엄마는 지구의 기후 변화 때문에 봄에도 눈이 내리는 거라고 걱정했다. 봄눈은 물기가 있어서 겨울눈보다 무거워 위험하다고 했다. 근처 캠핑장에 쳐 둔 텐트 두 채도 봄에 내린 폭설에 무너졌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학교에서 눈은 겨울에 오는 거라고 배웠는데 봄에도 오다니!’
나는 눈을 만지며 영호에게 카톡을 했다.
"영호야! 마을 앞 큰 나무 앞에서 눈싸움할까? “
“그래!”
“그럼 점심밥 먹고 1시에 보자.” “오케이”
밖에 나가니 영호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 위에도 평상 위에도 바위 위에도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나무 옆을 지나다가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뭇가지들이 하나 둘 부러졌다. 나와 영호는 나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로 나가 놀았다. 아직 아무도 눈을 밟지 않았다. 영호와 나는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겨보기도 했다. 그리고 눈이 내린 땅에 누워 양 팔을 휘저으며 천사 모양을 만들었다. 가장 신나는 것은 바로 눈싸움이었다. 그런데 봄에 내린 눈은 생각처럼 잘 뭉쳐지지 않았고, 뽀드득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바깥쪽은 하얀 눈이 맞는데 안쪽은 얇은 얼음이 들어있는 이상한 눈이었다.
오래참나무에 불이 나고, 마을에 때 아닌 폭설이 내린 지 몇 달이 지났다. 5학년이 된 나는 새 선생님과 친구들한테 신경 쓰느라 오래참나무한테 자주 가지 못했다. 오늘은 꼭 들러 보리라 마음먹고 나무가 있는 곳에 가보았다. 그런데 오래참나무가 좀 이상했다. 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니 개미랑 벌레들이 평소보다 많았다. 나무 구멍 안에는 지난번에 불탄 곳이 시커먼 재로 남아 있었고 돌멩이가 가득 들어 있었다.
‘누가 이 안에 돌멩이를 넣었지?’
나는 궁금하기도 하고 속이 상하기도 했다. 흙이 파여서 뿌리가 밖으로 드러나 있고, 나무껍질이 벗겨져서 진물이 나와 있기도 했다.
나무 위를 올려다본 나는 더 놀랐다. 이맘때면 새잎이 나서 잎이 무성해야 하는데 잎이 거의 나 있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엄마한테 오래참나무의 상태를 알렸다. 엄마는 마을 이장 할아버지한테 전화를 해서 알렸다. 이장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한테 알려서 오래참나무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도와줄 방법을 딱히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오래참나무가 자꾸 생각났다. 쉬는 시간에도 생각났고, 잠자기 전에도 자꾸 떠올랐다.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오래참나무 구멍 위에 올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해 보였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는 학교 도서관 사서 선생님을 찾아가 오래참나무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사서 선생님은 책 한 권을 골라 주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책을 자세히 읽어 보았다. 그 책에는 오래되고 아픈 나무를 치료해 주는 나무의사 선생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책 뒤편에는 나무 의사 선생님의 메일 주소도 적혀 있었다. 나는 컴퓨터를 잘하는 아빠의 도움을 받아 나무 의사 선생님에게 메일을 보냈다. 며칠 뒤 나무의사 선생님이 답장을 보냈다.
“요즘 들어 내가 일하는 나무병원에도 전화가 많이 옵니다. 아픈 나무가 많아졌나 봅니다. 서준 군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제일 가까운 나무병원에 연락을 해서 나무의사를 보내겠습니다.”
처음에 나무의사 선생님이나 나무병원이라는 말이 낯설었지만, 아픈 나무 상태를 살피고 치료를 해 준다고 하니 오래참나무한테 정말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오래참나무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마을 사람들도 있고, 마을 사람이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이장 할아버지한테 물으니 나무병원에서 나온 사람들인데 마을 사람 중에 누가 나무를 도와달라고 해서 오게 됐다고 했다.
‘히히, 내가 했는데......,’
나는 말하고 싶었지만 한 번 참아봤다. 평상에 앉아 있던 엄마가 나를 발견하고 내 옆으로 왔다.
“누가 연락했는지 좋은 일을 한 것 같다.”
“그러게요. 누가 이리 착한 일을 했을까요?”
나는 엄마를 보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때 눈치 빠른 엄마가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 서준이가 연락했나? 아이고 기특해라!” 그때 마을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봤다.
“우리는 걱정만 했지? 어찌 도와줘야 되는지 몰랐는데 참 잘했다!”
마을 사람들도 내 머리를 만져 주고 어깨도 두드려 주었다. 나보고 평상에 앉으라고 자리도 내어 주었다. 나는 입 꼬리가 쑥 올라갔다. 나와 엄마는 마을 사람들 틈에 앉았다.
나무 의사 선생님과 함께 온 사람들은 오래참나무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줄자로 나무의 몸을 이리저리 재더니 나무 둘레는 2.5미터, 높이는 15미터나 된다고 했다. 그런 다음, 나무한테 영양제 주사도 놔주고 약을 쳐 주기도 했다. 넓게 벌어진 가지는 더 벌어지지 않도록 굵은 쇠줄로 모아 주기도 했다. 나는 이제 오래참나무가 안 아프고 건강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무 의사 선생님은 조금 어려운 말을 남기고 마을을 떠났다.
“나무에 새잎이 거의 나지 않아 현장에서 수목의 활력을 측정했는데 안타깝지만 50%로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마을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웅성웅성거렸다. 도와줄 방법을 몰라 진작 손을 쓰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오래참나무가 이렇게 된 건 새로 난 도로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고, 지난해 화재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고, 봄에 느닷없이 내린 폭설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50%면 살릴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엄마가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래, 그래 살릴 수 있지. 우리가 한 번 해보입시더.”
이장 할아버지도 거들었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다 소용없는 일이지. 나무의사도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 했고! 농사일하느라 바쁜데 나무 하나 살린다고
이 난리인지 모르겠네.”
“그러게 말이야. 저대로 두면 그냥 시름시름 앓다 죽을 건데.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야. 쓸데없이 애를 쓰면
뭐해”
두 사람은 투덜대더니 바쁘다며 빠져나갔다.
그때 평상에 앉아 있던 엄마가 일어나 말했다.
“이 나무가 그냥 나무입니까? 시원한 그늘도 만들어 주고 아이들 놀이터도 돼주고 우리하고 같이 살아온
나무 아닙니까?”
“맞다, 맞아. 서준이 엄마 말이 맞지. 우리 마을 지켜 준 나문데 그냥 둘 순 없지.”
“지금껏 나무가 마을 사람들 위해 애썼는데 이제 우리가 도와줄 차례지!”
마을 사람들도 엄마 말에 맞장구를 쳤다. 나무를 다시 살리기 위해 함부로 나무껍질을 벗기지 말고 나무에 올라가는 것을 못하게 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나무 주변에 담배를 못 피우도록 금연 마크를 붙이자는 사람도 있었다. 이장 할아버지가 여러 생각들을 잘 모아서 방송을 한번 하겠다는 말을 듣고 마을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나와 엄마는 평상에 더 앉아 있었다. 그때 영호가 학교 마치고 오고 있었다. 나는 영호 보고 학교에 같이 가자고 했다. 영호와 나는 학교 도서관으로 사서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사서 선생님은 나무의 ‘해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무래도 마을 나무가 ‘해거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온 힘을 다해 많은 열매를 맺은 나무가 다음 해에는 적게 맺거나 아예 열매 맺기를 포기하고 쉬는 거지. 혹시 작년에 나무 상태가 어땠니?”
“봄에 새잎도 많이 나고, 가을에 도토리 열매도 많이 열렸어요. 도토리를 주워서 도토리묵을 해 먹었다는 집도 있었거든요.”
“사람도 쉬지 않고 일만 하면 안 되잖아? 그것하고 똑같다고 보면 될 거야!"
“진짜 신기하다! 나무가 스스로 쉬려고 신호를 보내는 거네요.”
“맞아!”
“나는 계속 나무를 도와줄 생각만 했어요.”
그때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영호가 말했다.
“그럼, 나무한테 방학을 주면 되겠네요?”
“나무 방학?”
“나무한테 쉬는 시간을 주는 거지.”
“그래! 오래참나무한테도 방학이 생기면 좋겠다.”
내가 보기에도 좋은 생각 같았다. 왜냐하면 나도 방학 동안 잘 쉬었더니 몸이랑 마음이 많이 자랐으니까.
“너희들이 마을 어른들한테 잘 말씀드려 봐.”
나와 영호는 사서 선생님의 응원을 받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오래참나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엄마는 아직 나무 앞 평상에 앉아 있었다.
“오래참나무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못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맞아요. 나는 조금만 아파도 엄마한테 달려가는데.....,"
그러고 보니 오래참나무는 아픈 걸 잘 참는 나무였나 보다. 잠시 뒤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래참나무 가까이 가더니 나무를 꼭 안아주었다. 나도 따라서 하고, 영호도 해 보았다. 서로의 손이 닿자 우리는 손을 잡고 나무를 안아 주었다. 엄마와 나, 그리고 영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나무 곁에 있었다.
‘오래참나무야,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나는 나무 위에 올라가고 싶고, 나무 밑동에 기대서 책을 보고 싶어도 꾹 참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래참나무 몸에서 연두색 새잎이 다시 나올 때까지......,
오래된 나무와의 첫 만남(2018. 03월 10일)
국립생태원 생태동화 공모전 '오래참나무' 출품(2019. 09월 30일)
* 작가의 말
경주 G캠핑장 근처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오래된 나무(마을 수호수, 노거수)에 대한 이야기를 동화로 적어 보았습니다.
세상의 속도에 휩쓸려 바쁘게 지내다보니 오래된 것, 낡은 것, 그 자리에 늘 있는 것을 소홀히 생각하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오래참나무' 동화를 통해 이러한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