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물꽃 Aug 11. 2023

안과_04

컨트롤 할 수 없는 것과 있는 것

안압이 또또또 올라버렸다.. 잠을 못 자면 정말 귀신 같이 안압이 오른다. 사실 이번엔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날이 더워지느라 잠들기가 어려웠고 하루하루 패턴이 어그러지다보니 결국 계속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졌다. 불을 다 끄고 일찍 자려고 침대에 누워봐도 도무지 잠들기가 어려웠다.


대부분 안압이 오르자마자 병원에 가는 편인데 신기한 건 통증이 느껴지는 건 대부분 일요일이다. 뭔가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항상 아프더라도 당장 병원에 갈 수 없으니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게 고작이다. 월요일이 되자마자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염증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주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피로가 누적된 느낌이었는데 잠은 잠대로 계속 푹 자지 못해서 나날이 피곤한 날만 이어졌다. 하루 일과만은 망치지 않기 위해서 정해둔 일들을 처리하기는 했지만 다했다! 하는 개운함보다는 겨우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스스로에게 대견하다고 해주고 싶었던 건 컨디션이 어그러졌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티 내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잠을 못 자서 점점 상태가 안좋아질 때는 가족들에게 예민함을 티 내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이번에는 스스로 그 낌새를 눈치챘다. 가족들과 붙어있으면 아무래도 부딪힐 일이 많을 거 같아 종종 피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내 상태를 내가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 거 같다.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걸 알아차렸고 그건 내가 잠을 못 잤기 때문이지 다른 누구 때문이 아니라는 걸 상기시켰다. 누군가의 사소한 행동이 짜증나게 느껴지더라도 그건 내 상태가 안좋기 때문에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일 뿐 정말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확실히 작년까지의 나는 내 감정이 다른 사람에 의해 휘둘리는 일이 많았다. 다른 사람이 내 감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더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일이 잦았던 것 같다. 또, 내 상태가 다른 사람에게 만들어지는 만큼 늘 불안정했다.


하지만 많은 일들을 겪고 또 스스로 깨달아내면서 몸상태가 너무 안좋을 때도 내 감정은 나한테 달려있다는 생각으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조금 뿌듯했다. 


비록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깊게 잠드는 일이나, 포도막염이 재발하고 안압이 오르는 증상과 같은 일들은 내 힘으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게 심하게 안타깝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영향을 주는 내 상태만큼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주말에는 좀 푹 쉬고 상태가 나아졌으면 좋겠다. 8월에도 여전히 하고 싶고 해야할 일들은 많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디카페인_0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