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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꽃 Aug 18. 2023

프리페민정_02

명약도 건강할 때 빛을 발한다

사람을 살리는 명약이라고 홍보했는데.. 프리페민정이 나를 배반했다. 어느덧 약을 복용한 지 두 달 차가 됐고 확연히 효과를 봤던 저번달과는 다르게 이번달은 다시 호르몬의 노예로 생활 중이다. 


우선 수면 패턴이 모두 어그러졌다. 물론 얼마 전까지는 날이 너무 더웠기 때문에 잠 못 드는 게 당연하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가고서 좀 시원해지기도 했었고 요즘엔 덥다 해도 땀을 뻘뻘 흘릴 정도는 아니라 사실 자려면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잠이 쏟아질 거 같아서 일찍 침대에 누워도 기본 1시간은 맨 정신으로 버티게 됐다. 결국 지칠 대로 지쳐서야 잠들 수 있었고 아침엔 피곤한 상태로 깼다. 입막음 테이프를 붙이건 프리페민정을 먹건 소용이 없었다. 깊게 잠드는 것도 매번 실패해서 조금만 소리가 나고 쉽게 깨는 중이다. 


체력도 정말 바닥을 뚫고 내려갔다. 어제는 밥을 먹고서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었다. 사실 날이 너무 더워서 가는 동안에도 걸음이 밍기적 거리기는 했다. 겨우 도서관에 도착해서 책을 고르는데 점점 정신이 아득했다. 졸음이 몰려오기도 하고 체력도 바닥이 나서 이대로 도서관 바닥에 눕고 싶었다. 책을 고르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회복을 위해 침대에 계속 누워 있어야 했다.


식욕도 전혀 통제할 수 없었다. 정말 미친 듯이 먹고 싶은 것들이 생각났고 다른 걸로 대충 때워봐도 결국 그걸 먹어야만 진정시킬 수 있었다. 다행히 며칠 그렇게 가득 찰 만큼 먹어대다가 좀 가라앉아서 체중이 증가하는 건 막아냈다. 


저번달과 이번달에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지 돌아보면 사실 건강을 못 챙기긴 했다. 날이 더워지다보니까 식욕이 너무 없어서 끼니를 대충 때웠기 때문이다. 식사라고 하기에도 애매할 정도로 웬만큼 배가 찰 수 있으면 그냥 식량을 찾아먹는 수준이었다. 살도 많이 빠졌는데 프롭테라피를 그만두고 요가로 바꾸는 과정에서 운동도 몇 번 빼먹느라 체력이 점점 안 좋아진 거 같다.


그래놓고 프리페민정에게 모든 걸 맡겨둔 게 사실 잘못이긴 하지만 그래도 난 이 명약을 믿었다ㅠ 저번달에 워낙 효과가 좋았었고 그동안 이렇게까지 호르몬의 영향을 피해간 적이 없었다보니 이번달에도 그걸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약을 먹더라도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이번 달은 매우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참 건강하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가뜩이나 점점 크고 작은 질병들이 생겨나는데 요즘에는 정말 기본 건강을 챙기는 거 자체가 쉽지 않은 거 같다. 어릴 때는 잘 먹고 잘 자는 건 세상에서 제일 간단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기본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약은 이제 한 달 분이 남았고 프리페민정을 설명하는 글에서는 보토 세 달은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첫 번째 달에 효과를 봤다는 게 오히려 신기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약을 믿고 함부로 생활하면 약이고 뭐고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았으니 다음 달에는 좀 더 건강하게 생활해야겠다고 반성하게 된다. 


건강해야만 하고 싶은 일들을 잘 해낼 수 있으니 기본을 잘 챙겨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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