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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꽃 Sep 29. 2023

월말정산_09_01

일상에서 찾아낸 소소한 행복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9월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월이 다가온다! 조금 무서울 지경이다. 매번 그렇듯 연말이 다가올 무렵엔 왠지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거 같다. 한 해를 어떻게 보냈든 끝자락까지 하얗게 불태워야 비로소 노력이 증명되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이것도 인정욕구의 일그러진 일면일지도 모르겠다.


9월의 시작은 여름휴가와 함께 시작했다. 포스팅으로 연재를 이어가는 중이지만 계획에서 벗어나는 게 오히려 더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버킷리스트로 바닷가에서 비키니를 꼭 입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지킬 수 있어서 괜히 뿌듯했다.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건 늘 재미있다. 즐거운 건 이십 대 초반까지이고 이후부터는 그저 삶을 살아갈 뿐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스스로 도전하며 그 편견을 깨나가는 중이다. 안 해본 게 많다는 건 그만큼 해볼 수 있다는 게 다양하다는 말과 같으니 앞으로도 계속 즐기고 싶다. 


언니와의 식사도 새로움의 하나였다. 언니가 결혼해서 집을 나가기 전에 한 번쯤 언니와 집 근처에서라도 소소하게 식사를 해보고 싶었다. 사이가 나쁠 게 없는데도 주말이면 각자 시간을 보내는 통에 둘이서 나가본 적이 없었다. 작년, 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니를 불러낸 적은 있지만 둘만의 시간이었다기에 둘의 대화는 부모님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번엔 오직 언니와 나만을 위한 자리를 가져보고 싶었다.


평소에 몰랐던 집 근처 괜찮은 식당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파스타, 화덕피자가 나오는 나름 팬시한 식당이었는데 분위기를 살려 스파클링 와인도 한 병 시켰다. 서로의 취향, 관심사, 가치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와 내가 아주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며 거리를 둔 적도 있는데 이렇게 가까워졌다는 게 새삼 신기할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면 서로가 있는 그대로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언니를 통해 자주 배운다. 


10월엔 그런 언니의 생일이 있는데 생일 전에 깜짝 파티로 브라이덜 샤워를 준비했다. 다들 추석 때 큰집에 가있는 동안 혼자 준비하려고 쌩쇼를 했는데 잘 성사되길 바란다. 사실 파티 자체를 크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애초에 이렇게 품이 많이 들어가는 걸 다른 사람에게 해줄 생각을 잘 안하지만 정말 이건 언니만을 위한 노력이다. 


언니를 진심으로 아끼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이런 이벤트로라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하나뿐인 자매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도 한 나라는 사람이 언니에게도 든든한 존재였으면 좋겠다. 든든함까지는 못 가도 귀여움 정도는 받을 수 있길!


브라이덜 샤워 스펠링은 왜 이렇게 긴지, 비닐 풍선 혼자서 불다 머리가 핑 돌았다. 웬만한 건 다이소에서 다 구할 수 있는데 하필 또 꽃팔찌는 따로 팔지 않아서 유치원 때 이후로 처음 글루건을 들었다. 조화를 잘라 리본에다 붙였는데 나름 볼만해져서 다행이다. 하필 추석이랑 겹쳐서 케이크를 파는 곳도 많지 않아 여기저기 물어가며 겨우 찾아냈다. 스스로의 노력을 아주 떠벌리고 있지만 그만큼 언니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언니에게 생색낼 것도 아니라.. 브런치에다만 외친다.


일상도 재미있게 이어갔다. 케이팝 댄스 수업을 시작했다! 사실 첫날은 아무것도 모르고 수업에 나갔는데 선생님이 아주 혹독하셔서 좀 혼란스러웠다. 나는 즐겁게 취미로 배울 생각으로 수업에 나갔는데 선생님은 거의 프로듀스 101의 배윤정이었다. 스트레칭부터 빡세게 나가는데 플랭크하다가 자세 무너지면 처음부터 다시 할 거라고 위협하셔서 떨면서 버텼다. 두려워서인지 코어에 힘이 딸려서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스트레칭 끝내고는 멘탈이 나가서 이거 괜찮을까 싶었는데 춤을 배우기 시작하자 또 마음이 홀렸다. 뒤늦은 유행 같지만 뉴진스의 eta를 배웠다. 그동안의 원데이 클래스들과 한국무용의 힘인지 그래도 진도를 따라갈 수 있다는 거에 굉장히 벅찼다. 댄스 수업에 화요일 목요일이라 첫 수업을 끝내곤 마음의 준비할 시간이 하루밖에 없었다. 목요일이 되고 이걸 가야 하나 다시 고민했지만 난 늘 새로운 걸 좋아하면서도 겁을 먹으니 오늘까지 가보고 너무 싫으면 그만두자 달래면서 수업에 갔다.


첫날과 달리 수강생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있던 것 같다. 도망칠 사람을 쫓아내기 위해 일부러 혹독하게 가르치시나 싶기도 했다. 너무 견디기 어려웠던 첫날과 달리 나름 요령도 피우면서 따라가다보니 두 번째 수업은 할 만했다. 아마 이번엔 뭘 할지 어느 정도 알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진도를 얼추 따라잡을 수 있게 되자 좀 욕심이 생겼다. 집에서도 틈이 나면 동작을 외우려고 연습하고 안 되는 동작은 영상 보면서 다듬어가기도 했다.


추석 전에 있던 촬영날에 한두 개의 실수는 있었지만 나름 만족할 수 있었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이미 알고 있다보니 크게 부담도 없었다. 오히려 음악에 맞춰서 계속 추는 게 재미있었다. 춤출 때만큼은 뉴진스다 생각하고 췄지만 영상으로 받아든 건 여전한 몸치였다는 게 좀 마음 아프지만 흥겨움을 익혔다는 거에 만족하려 한다. 언젠간 느낌이 생기지 않을까. 제발!


(사실 뒤에 내용이 더 있었는데 글 수정하다가 날려먹었다.. 조금 속상하다 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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