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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꽃 Feb 19. 2024

소설_01

가보자고

몇 주 전 소설 강의가 시작됐다. 설날과 겹치면서 과제는 미뤄졌는데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피드백이 시작될 예정이다. 필기시험이 끝나면 아무래도 축 쳐진 채 쉬기만 할 거 같아 무리해서 첫 과제를 제출하겠다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격하게 후회 중이다.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머리가 굳어있다.


그럼에도 일단은 잘 쓰고 싶어서 구상 중이긴 한데 딱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가 생각나진 않는다. 작문 연습을 하는 동안에도 소설 과제를 예시 삼아 이야기를 만들어보곤 했는데 아무래도 새로 생각해야 될 듯 싶다. 작문에서도 스스로 마음에 드는 글을 쓰려고는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글이라기보다 남들에게 읽히기 위한 걸 더 의식할 수밖에 없다. 소설보다는 더 전략적인 느낌으로 쓰게 됐달까?


소설은 그보다는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 좋아하는 방식으로 쓰고 싶어서 더 고민이 된다. 그리고 피드백을 받는다는 측면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제대로 결정하고 써야 한다. 우선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글이야말로 피드백이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설렁설렁 쓴 글이라면 피드백을 듣지 않아도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피드백을 구한다면 최소한 혼자서는 모든 답을 찾아본 후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는 피드백에 쉽게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다. 소설이란 게 누군가에게 좋은 글이 다른 사람에게는 읽기도 싫은 글이 되기 마련이다. 각자의 취향이 있다 보니 정답이 정해진 게 아니라서 내가 내 글에 대해서 확실한 방향을 갖고 있지 않으면 피드백에 휘둘리기가 쉽다. 하지만 정확한 의도와 표현하고 싶은 방식이 정해져 있다면 피드백을 듣고 취할 것만 취하고 아닌 것은 흘려보낼 수 있다. 만약 피드백이 이해되지 않을 때 더 구체적인 의견을 구할 수 있는 것도 내가 내 글이 어떤 건지 제대로 알아야 가능하다.


뭐 그 이유가 어쨌건 간에 지금 문제는 생각이 안 난다는 거다..ㅎㅎ 사실 그도 그럴게 몇 주간 하루에 하나씩 작문을 써내며 아이디어가 고갈되기도 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인풋을 채울 시간도 필요한데 시험이 끝나고서 바로 또 소설을 쓰려니 다 파버린 감자밭을 벅벅 긁으며 남은 감자 없나 찾고 있는 기분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머리가 안 돌아간다. 시험 끝나고 모자란 잠을 다 채우지도 못했다. 긴장이 풀렸는지 몸도 이곳저곳 아프다고 난리를 치는 중인데 그 와중에 아이디어를 내려니 잠깐 뭔가 떠올랐다가도 마음에 안 들어 다시 돌려보내는 걸 반복 중이다. 필기시험만 끝나면 당분간 쉬어야지 하고서 버텼던 게 무색하게 계속 달려야만 한다. 전시도 보러 가고 싶었고, 카페에서 책도 읽고 싶었고, 옷구경도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달리려는 건 일단 좋아하는 글을 잘 쓰고 싶기 때문이다. 작문 연습을 하는 동안에는 이게 뽑힐까 안 뽑힐까를 의식하게 됐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다가도 문득 충분히 재미있는가에 대해서 계속 고민했다. 한구석으로 계속 엇나가더라도 내가 써보고 싶은 글을 제대로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필기시험이 끝난 지금에서야 시간이 생긴 거니 잘해보고픈 거다.


더욱이 시간이 없었다느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느니 하면서 변명하고 싶지가 않다. 아마도 이건 내가 나를 혹사시키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일에서만큼은 정말 모든 걸 뛰어넘고 싶다 느낄 정도로 욕심이 커진다. 아프더라도, 여건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내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서 계속해서 해냈으면 좋겠다. 또 한편으론 근거 모를 자신감이 있어서 이렇게 몰아세우다 보면 또 분명 해낼 거란 걸 알고 있기도 하다. 


필기시험을 후련하게 끝내고 나서 정말 당분간은 글 쓰는 건 꼴도 보기 싫다며, 토할 거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오늘 연재할 브런치 역시 아침부터 붙잡고 있다가 뭘 써야 할지 몰라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는데 결국 지금 가장 고민인 부분을 솔직하게 적으니 계속해서 뭐가 나오기는 한다. 소설 쓰는 과제도 쥐어짜다가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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