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

탈 나지 않게 허기를 달래는 법

by 김물꽃

나는 원래부터 소화기관이 좋지 않다. 특히나 장이 좋지 않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꼭 장염에 걸리곤 했다. 오랫동안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고생하다보니 나름대로 관리하는 법이 생겨 먹는 거에 있어 신경 쓰려 노력했었다. 이제 장이 아플 때 병원에서 약을 타고, 며칠간 죽만 먹으면 꽤 견딜만하기도 했던 거 같다.


그래서인지 내 몸에서도 변주를 주기 시작했다. 작년 말,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 위염에 걸렸다. 스트레스성이기도 했지만 스트레스를 받아 과식을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내 입장에선 조금 억울하기도 했던 게 원래 식사량이 많지도 않아 폭식도 아닌 과식 정도였는데 그럼에도 바로 탈이 났다. 그래도 처음엔 내가 함부로 먹어제낀 것을 인정하며 죽만 먹기도 하고 위장약을 먹으며 속을 달래기도 했다.


한번 탈 나버린 위염이 시작이었다는 것처럼 이제는 조금만 배부르게 먹어도 바로 탈이 났다. 예민해진 위 때문에 자극적인 음식을 시도하는 것도 조금 겁이 나서 몸을 사리게 됐다. 한동안 속이 타는 듯한 고통을 겪었더니 탄산이나 매운 음식은 보는 것만으로 속이 아파 감히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위가 조금씩 나아지자 평소에 자주 즐기지도 않던 탄산, 라면 같은 그야말로 속을 뒤집어놓을 것 같은 음식들이 땡겼고 한 달에 한번 먹을까 했던 라면은 요즘은 4일 내내 연속으로 먹었다. 그러자 점점 위가 다시금 아파오기 시작한다.


한편으론 많이 먹을수록 다른 사람들은 위가 늘어난다는데 조금만 많이 먹어도 탈이 나버리는 내 연약한 위가 답답하기도 했다. 여리디 여린 내 위에 비해 내가 먹고 싶은 욕심은 거대했으니까. 그런데 또 한편으론 내 위가 알아서 적정량을 끊어주다보니 평소의 식사량을 지키게 되고, 내 몸이 더 불어나지 않게 유지시켜주는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내가 내 식욕을 통제하지 않고 막 먹어대는 순간은 대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거나,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과식은 내 정신상태의 허기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작년에야 나도 그 허기를 달랠 줄을 몰라 일단은 음식으로 나를 진정시켰으나 올해는 좀 다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민해진 위를 조금씩 회복하면서 정신적인 허기를 어떻게 달랠 수 있는지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물론 지금은 배고파서 피자를 시킨 뒤 글을 쓰고 있는 중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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