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하는 습관
새해가 되고 친구들을 만났을 때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있었다. 올해 목표가 무엇이냐는 것.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싶다거나 가게를 차릴 계획을 세운다거나 구체적인 목표를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내 목표는 간단했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것.
나는 좋아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관심사는 참 다양한데 그게 쭉 지속되지 않았다. 당장의 성과를 원해왔던 터라 처음 배우는 거라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그 기간을 참지 못했던 거 같다. 실력이 쌓이길 기다리기보다는 나는 왜 천재가 아닐까 자책하며 그만둬버리고, 또 그만둔 다음에는 난 왜 꾸준히 하질 못할까 책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의미 없는 악순환이었던 거 같다.
그렇게 내가 그만둔 것 중 하나는 독일어 공부, 고등학교에서 독일어를 전공했는데 그 당시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고 당연히 나는 독일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 사실이 뭔가 콤플렉스처럼 남아서 그걸 없애보고 싶었다. 강의를 모두 수강하면 환급해준다는 미니 학습지를 구독해 공부했다. 단편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학습지 공부는 이어갈 정도로 열심히 했었는데 결과적으론 독립 영화 제작팀으로 합류하며 그만두게 되었다. 뭐 그래도 이건 나름대로 꾸준히 했던 거 같긴 하다.
그다음은 기타, 나는 예전부터 곡을 만들어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사실 작곡에 대한 꿈은 연극을 공부할 때 주로 사운드 디자이너로 참여했던 영향이 컸던 거 같다. 사운드 디자이너는 연극에 사용되는 음악과 음향들을 디자인한다. 연극 내용과 착 달라붙는 사운드를 찾아내 공연에서 사용할 때면 글로 표현하는 것과는 또 다른 쾌감이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대사가 아닌 음악과 음향이 전달하는 분위기로 관객들에게 감각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그런 영향 덕분에 단편 영화 작업을 할 때에도 사운드에 특히 공을 들이는 편이었는데 예산적인 문제로 원하는 음악을 찾지 못하면 아쉬움이 특히 컸다. 음악을 대체하기 위해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전화벨소리 같은 음향을 영화 음악처럼 곳곳에 사용함으로써 나만의 색깔이 더해지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더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이유에서 작곡을 하고 싶었는데 작곡을 하려면 코드를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기타를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당근마켓을 통해 통기타를 구매하고 유튜브 강의를 찾아보며 떠듬떠듬 배워갔는데 생각보다 기타 치는 건 많이 어려웠다.. 굳은살이 배길 때까지 코드를 잡고 튕겨봤지만 혼자 하는 거다보니 이게 맞는 건지 가늠이 어렵기도 했다. 이것도 꾸준히 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론 영화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기타를 가지고 돌아다닐 수 없으니 손을 놓게 됐고 지금은 쇼파 귀퉁이에 방치되어 있다.
그런 과거의 전적들이 있기에 올해만큼은 꾸준히 하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과제로 도전한 게 영어공부였다. 어렸을 때부터 주입식 교육을 하도 받아왔던 터라 리딩 문제를 풀거나 리스닝 문제를 듣는 건 무난하게 치러왔던 거 같다. 하지만 나는 정말 주입식 교육 그 자체였던 터라 회화만큼은 많이 어려웠다.
영어는 자신감이라고 하지만 나는 틀리게 말한다는 거에 무척 예민했다.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몰라 길을 잃어버리는 게 부끄러웠고 그런 두려움이 먼저 자리 잡았다보니 한 마디 내뱉는 게 조심스러웠다. 대학생 때 교환학생을 가서도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은 컸지만 언어가 따라주지 않다 보니 답답함을 느낄 때도 많았다. 무엇보다 유튜브에서 1,2년 안에 회화실력을 길렀다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한번 부러워만 말고 꾸준히 해보자 싶었다.
열심히 배우는 거야말로 내가 자신 있는 일이고 이걸 시작으로 다른 것들을 해나갈 수 있다면 좋은 원동력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더 스물아홉으로 살아보는 만큼 1년을 마무리할 때 달라질 내가 기대되기도 했다.
내가 하는 방법은 매일 유튜브 영상에서 짧은 문장을 알려주는 영상을 따라 하며 문장을 외워나가는 방식이다. 쉐도잉을 하며 발음도 교정하고 문장 구조 자체를 암기해나가는 방식인데 브런치에 당당히 기재할 수 있을 정도로 다행히 아직까지는 매일 해나가고 있다.
사실 영상 자체는 30분 정도의 길이인데 이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왠지 하기 싫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떤 책에서 본 문구인데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리고 그게 나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그걸 해야 한다고 인식하기보다는 내가 이걸 하기로 선택한다고 인식하면 더 받아들이기 쉬워진다고 한다. 그 말을 기억하며 약속이 있는 날이든, 몸이 찌뿌둥한 날이든 나는 영어공부를 꾸준히 하기를 선택하고 있다.
추천을 하자면 헤일리 쌤이라는 유튜버의 한영 4번 반복 영어 쉐도잉 영상 시리즈를 시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짧게는 하루에 10 문장씩, 많게는 20 문장 정도로 외워가면 쫌쫌따리 암기한 문장들이 쌓여간다.
부디 내가 스물아홉을 마무리할 때 유창해진 영어 실력만큼이나 꾸준히 하는 습관을 몸에 길들이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