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야기의 중간보고를 해볼까 한다. 트라우마 이야기는 대부분 내가 작년에 겪었던 일들을 풀어내고 있다. 어디까지 왔는지 미리 말하자면 3분의 1 지점까지는 적어낸 것 같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 지금 이 사람이 말하는 게 트라우마인가? 싶을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놀랍게도 아직 트라우마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이토록 길게 풀어가는 이유는 모든 사람의 상처와 아픔이 그러하듯 단 한순간의 장면으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의 내가 그렇게 상처받았던 이유는 단순히 하나의 일 때문이 아니었다. 트라우마를 직면했던 그 순간은 남들이 모르는 상처들이 켜켜이 쌓인 상태였다. 이미 쌓여버린 상처들에 불이 붙은 상태였다는 걸 잘 설명해보고 싶었다.
트라우마를 바로 꺼낸다면 조금 더 시원시원한 전개였을지 모르지만 이건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일이다. 소설을 쓰는 것처럼 전개나 독자를 생각하는 것보단 내가 솔직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이야기를 써나가면서 사람들이 내가 겪었던 일들에 공감하고 위로해주기를 바랐기도 하다. 혼자서 잘 해낸다고 해도 나 역시 자주 응원이 필요하다. 실제의 나를 알지 못하는 아주 객관적인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서 공감하고 위로해준다면 그 따뜻함이 더 와닿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트라우마를 직면하고 거의 극복했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의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는 일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특히 기분이 뒤숭숭한 날 트라우마 글을 적고 있자면 그때의 기분이 떠오르는 거 같아 싱숭생숭하기도 하다. 그럴때면 글을 완성하고 따로 마음을 진정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나의 글을 다 써내고 나면 이제 정말 이 기억과 헤어진다고 느껴져 조금 후련하기도 했다. 또, 그때마다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 기억을 끝까지 털어내보고 싶은 용기를 얻었다.
트라우마 시리즈는 내가 쓰는 글 중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 아무래도 길게 이어지고 있으니 꾸준히 봐주는 분들이 생긴 이유도 있겠지만 나 나름대로 그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직접 겪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다 보니 각자가 가졌던 고민들을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기 때문 아닐까?
다른 글들은 내가 봐도 조금 꾸민 듯한 느낌이 있지만 트라우마를 고백하는 글에서 만큼은 나라는 사람을 다 보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날것의 내가 담겨있다. 내가 다른 사람의 솔직함을 좋아하는 것처럼 아마 내 글을 좋아해주는 사람들도 그 솔직함을 좋아하는 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반응에서 많은 힘을 낸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써나가는 이유는 더욱 확장이 됐다. 트라우마를 직면했을 당시 나는 너무 힘들어서 뭐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와 똑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필요했다. 온갖 키워드로 내가 겪은 일들을 인터넷에 검색했지만 대부분이 그렇듯 나와 아주 동일한 일을 겪은 사람은 없었다. 결국은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비슷한 일을 겪었던 많은 사람들의 솔직한 고백과 해결 방식을 읽으며 정말 많이 위로받았고 용기를 냈었다.
그런 힘을 나도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이 길고 긴 이야기가 결국은 끝이 났을 때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길. 거창한 바람일 수도 있겠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에 포기하는 일 없이 계속 글을 써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