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단단하게, 나만의 속도로

오늘도 나답게 살아가기(7)

by 녕이담

교복을 입고 받는 빛나는 졸업장.


이런 것들은 나와는 인연이 없이 지나간 것들이다.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서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어리석은 인간에게 미련으로 항상 남아 존재하고 있다.


어찌 보면 무해한 철없음 조차 찬란히 빛나는 어린 날의 시기.


다시 돌아간다 해도 어찌할 수 없겠지만.

가끔 그 시기의 아이들을 만날 때, 그들에게서 지나간 나를 바라본다.


고학력자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친구들이 대학졸업장을 품에 안을 때,

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를 통해 간신히 마칠 수 있었다.


병원에서 내내 머물다 1123일을 기록한 입원 기간.

그 기간 동안부터 시작해 집에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시기.

오랜 기간 동안 놓아버렸던 공부.

그렇기에 모든 과목에 시간을 들이는 것은 낭비였다.


시간의 가치적인 부분을 의논해 멘토 언니와 꼭 필요한 과목들을 위주로 공부하기로 했다.


가장 취약한 이과 과목.


검정고시는 가장 기본적인 교육개념만 들어감에도 7,8과목 정도의 총 6년 치 분량을 살펴봐야 한다.


10여 년의 공백을 어떻게 채워야 하나..

참 암담했지만 우리는 병원에서, 때로는 집 근처 카페에서 만나 공부를 했고,

틈틈이 시간을 내어 목표를 달성해 나갔다.


최고득점을 하면 좋았겠지만,

그저 내가 원하는 목표는 학력을 위한 합격이었기 때문에 다행히도 그 목표는 달성할 수 있었다.


중등 과정이었던가?

한 시험을 보러 갈 때는 입원 중이었었다.


외출 허가를 받아 시험을 보러 다녀왔었는데,

가장 취약한 여름의 계절에 시험이 있었던 터라

시험을 보러 장시간 외출을 다녀오는 일이

내 개인적으로는 거의 목숨을 건 시험이나 마찬가지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도 다녀오고 며칠간 탈수가 심하게 와서 며칠을 앓았었다.


나중에는 고등과정의 합격증서를 찾을 때조차도 병원 입원 중이었는데.


본인이 아니면 원본을 받을 수 없었고,

가족이 대신 받기 위해서는 대리인의 과정이 필요한데

수여 기간은 단 2~3일의 기간만을 줬었다.


할 수 없이 반드시 받겠다는 일념으로 또 외출 허가를 받아 어렵게 다녀왔고,

역시나 다녀와서 한동안 고생 했었다.


그래도 나에게 있어서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진정한 나만의 졸업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비록 거창한 졸업식도 없고, 친구들과의 사진 한 장과 꽃다발이 없을지라도.


그 종이 한 장이 나의 노고를 인정받는 증서 같아 참 간절했었다.

그 종이 한 장이 뭐길래, 잠시 생각하기도 했지만...


비록 누군가가 건네는 꽃다발이나 축하 인사는 없었지만.

10대에서 졸업하지 못했던 나를 이제야 제대로 졸업시켜 떠나보내고

나의 20대를 시작해 나갈 수 있을 듯한 그 기분.


그것은 마냥 기쁘지도, 씁쓸하지도, 서글프지도 않은 묘한 기분이었다.


뭐라고 정의할 수 있었을까?

나중에 다시 생각해봐도 답을 찾기 어려웠다.


무슨 감정이었을까.


이미 남들과 다른 속도로 가는 나에게 있어

더 이상 그들의 속도를 쫓지 않고 원하는 길을 찾아 나아가기만을 바라며.

다음 챕터로 가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만의 빛나는 졸업장을 선사받은 나에게 그 순간.


또 다른 목표로 내일을 나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내일이 가져다 줄

다른 졸업장을 찾기를 바라게 되었었던 것 같다.


자신만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기.


그것이 너무나 필요했던 나에게는 가벼운 종이 한장이 한참 무거운 마음에 남게 되었고,

그때부터 시작된 다음의 챕터는 오랫동안 고민을 선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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