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속도

3분이 주는 위로

by 녕이담

요즘 노래는 재생 시간이 점점 짧아져 3분이 채 되지 않고 있다.


도파민을 자극할 짧고 굵은 요소는 음악의 영역까지 넘어와 버린 것이다.


어릴 때 듣던 노래들만 해도 길게는 6분도 넘는 것들도 종종 있었는데 어느새 그 6분은 반토막이 되어버렸다.


위로 형제가 있다 보니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가요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뮤직비디오 소위 뮤비라고 하는 것이 드라마의 형태로 음악 방송에서 보여주곤 했어서 뮤비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요즘에는 그 안에 스토리텔링이 존재하여 팬들이 그 숨은 이야기를 파헤치며 의미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그에 관한 리뷰 영상을 보면 감탄이 나오게 되는 재미있고 깊으면서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에게는 뮤비를 보는 것보다 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은 지하철에서 멍하니 노래들이 가진 가사를 집중하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어느 날은 '난 아직 여기 살아'라는 가사 한 마디.
(데이식스-아직 거기 살아)

그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는데 지하철에서 앉아 있다가 당황스러워 황급히 눈물을 훔쳤다.


스쳐간 광경 속에서 당시 가장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 세상을 떠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겨울이나 봄 그즈음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 친구를 보내고 참 오랫동안 마음이 우울했었는데,

누군가의 생명은 다 하더라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잘도 변해가는 모습들.


그 속에서 어쩐지... 그 생명 하나의 존재가 참 보잘것 없이 느껴지고 부질없다는 듯이 말하는 듯해 마음이 뒤틀렸었다.


그 마음을 감춘 채 가면을 쓰고 일상을 살아나가던 나 자신에게 작은 환멸까지 닥쳐오던 시기.

나는 여기 그대로 살아있는데. 너는 없구나.


그때 이상하게 나의 마음을 두드리던 그 가사 한 마디가 어쩐지 왈칵-하고 감정이 쏟아져 내렸다.


지하철의 풍경. 앉아 있는 사람들 뒤로 햇살을 받아 반짝여 윤슬을 뽐내는 한강을 보며 나는 아직 여기 살아 있다고 마음속으로 읊조렸다.


그 이후로도 여전한 일상 속, 지하철 속에서 헤드폰을 낀 채 노래를 듣는다.


퇴근 시간 우연히 디오의 신곡을 바로 접하게 되었다.

따스한 봄에도 뜨거운 여름도
추억은 셀 수 없이 많아
서늘해지는 가을도
차가운 겨울도
온기가 밀려드는 기억
어떤 계절의 한 페이지를
꺼내 본대도

'기억의 온기'라는 제목에 걸맞은 따스한 온도를 가진 가사와 템포가 만원의 지하철에서 조용하게- 내 귀로 울려 퍼져왔다.


너의 오늘과 내일도 어쩐지 괜찮을 거라고, 다 흘러갈 거라고, 그런 위로를 받는 기분.


힘겨움 속에서 받는 작은 위로란 이 짧은 3분.

그거면 충분했다.


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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