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속도

일상 속 여행 1

by 녕이담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나게 된 지인과의 점심 약속이 있어 약속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짐을 챙기는데 노트북을 가지고 나가야 할지 고민하며 가방에 넣어 들어보니 무게감과 더위가 나를 짓눌러 묻힐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다시 빼버렸다.


겨우 가벼워진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데 이제 막 7월이 시작되는 시기라 날씨는 숨 막히는 습도를 먼저 자랑하듯 느끼게 해 주었다.


몸속으로 들어오는 공기에 숨이 퍽 갑갑하게 느껴졌는데, 잠깐 적응하기 위해 호흡하며 숨을 내쉬자 간간이 불어오는 조금 세찬 바람들이 습기를 잠시간 덜어가주었다.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는데 내리쬐는 햇빛에 눈이 떠지지 않아 절로 찡그려지게 된다.


'아, 양산을 가지고 나올 걸'


잠시 그 생각을 하며 후회했지만 이미 나온 것을 어쩌랴 싶어 선풍기를 들고 버티며 기다리다 드디어 다가오는 버스에 몸을 담았다.


목적지를 향하는 버스 안은 시원하고, 마치 작은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끔 창가에 스쳐가는 풍경들이 조금 전의 습기조차 잊게끔 한다.


차창에 간간히 비치는 햇빛마저 완벽하게 풍성한 구름이 흘러가는 동안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대신에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멍하니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하늘의 색, 구름의 모양새와 바람을 따라 흘러가는 모습, 나무가 가득한 공원에 해가 비추는 모습과 길거리의 여러 광경들을 멍하게 바라보다 보니 곧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버스에 내리자 이전에 잠시 살았었던 동네의 모습이 익숙한 듯도 낯설게도 보였다.

그에 잠시 방향 감각을 찾고자 고개를 둘러 주위를 보았다.


약속 장소로 걸어가는 잠시 동안 머리 위에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해가 반짝이며 스쳐가는 모습에 참 눈이 부셨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와 회전 초밥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서로의 근황과 이야기를 잔뜩 담은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 잔씩 들고 그녀가 최근에 얻었다는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한참을 떠들며 웃고, 여러 이야기들을 하며 서로가 지나온 시간을 더듬어 가며 나누던 그 몇 시간.


그 시간도 어느새 훌훌 지나 집에 갈 때가 왔다.

더운 날씨에 돌아갈 나의 귀가가 걱정이었는지 택시를 불러 주겠다고 하는 언니.


천천히 가면 된다고 만류했지만, 어차피 먼 거리가 아니니 타고 가! 라며 시원하게 내뱉는 그 말.

결국 할 수 없다는 듯 머쓱히 웃으며 택시에 몸을 싣고 헤어져 집에 가는 길.


택시 안은 기사님께서 나도 자주 듣는 가요들을 틀어두셔서 익숙한 노래들이 흘러나와 떠들썩하면서도 어쩐지 고요했다.


집에 다 오고 차에서 내리며 기사님께 인사를 건네며 집으로 들어오는 동안 눅눅한 공기와 세찬 바람에 펄럭이는 옷과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짧은 '오늘의 여행'이 끝났구나 생각했다.


매일 특별하지 않지만 또 어딘가 기억의 한 구석에 남아 있을.

나의 일상의 여행은 바로 이런 것이지.


다음의 여행은 또 어디로 가게 될까?





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