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녁 8시가 넘도록 밝던 세상이 어둠에 물들어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오전 5시 전부터 밝아와 잠을 설치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점점 해도 늦게 뜨고 저녁 7시만 되면 이미 어둠이 자욱하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곧 이 아침도 점점 이르게 찾아오겠지.
그렇게 체감하는 밤의 시간은 점점 길어질 것이다.
건물 사이를 이동하는 동안 가을임을 뽐내는 듯 화창한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걸었다. 높은 곳에서 찬란히 빛나는 태양을 감싸는 구름이 장관이라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지인들과 저녁 약속을 잡아 약속 장소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시시각각 어둠이 내려앉았다. 버스를 타고 안에서 곳곳에 불을 밝혀 반짝이는 서울 한복판 거리를 빠르게 스쳐간다.
어쩐지 근래 헐레벌떡 급히 몰려오는 일상의 여러 일들에 몸도 마음도 몸살을 앓는 나날이다. 덕분에 매일같이 온통 욱씬대오는 터라 그런가 반짝임은 점차 하나의 빛덩이로 일렁여대 눈앞이 어지러웠다.
어거지로 들이켜 댔지만 영 소화 되지 않는 며칠간 골머리를 앓던 일들이 눈앞을 잠시 스쳐가나 싶었으나, 그도 버스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퍼지는 꼬순내에 이내 날아가 버렸다.
방앗간 냄새인가? 아니야...김밥? 아니아니, 이건 어릴 때 집에서 김을 일일이 하나씩 붓으로 기름 발라 재우던 냄새이다.
서울 거리 한복판에서 퍼지는 냄새가 무의식으로 이어져 추측하며 재미있다 싶어 동행한 지인과 깔깔 웃으면서 화덕 피자 가게로 들어섰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다른 일행과 합류하여 세 여자는 화덕 피자와 튀김에 맥주를 마시며 아주 오랜만에 저녁을 즐기고 맏언니의 작은 생일 파티를 했다.
저마다 돌아가야 할 집으로 가기 위해 걸으며 아주 드문 밤 나들이가 너무 짧음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한 켠으론 집에 도착하기 까지의 소요 시간과 집에서 줄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일들에 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의외의 성실성이 이런데서 발휘가 된다.
환승을 하고 올라탄 1호선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지만 내 몸 하나 앉힐 곳이 비워져 자리에 몸을 싣고 늘 그렇듯이 시간에 맡겼다.
집에 와서도 앉을 새도 없이 몇 십분은 바삐 움직여야 할 나에게 잠시간 휴식을 허락한 동안 지하철은 충실히도 밤의 풍경을 가르고 달려가 준다.
이 밤이 휴식의 시간을 조금 더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목적지를 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