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bürgerungstest 시험 6시간 동안 3 회독하고 합격함!
이거 시험 보라고 등 떠밀고, 무슨 자료 살펴보면 되고, 시험이 어떻게 나오는지, 시험 후기가 어떤지 하나하나 알려주며 등 떠밀어준 친구들에게 진짜 너무 감사하다.
11월 20일 수요일에 보고 온 시험 결과가 1월 29일에 도착했다. 그거 문항 몇 개나 된다고 결과지 보내는데 두 달이 넘게 걸렸다니 역시 독일의 속도는 한국과 다르게 간다.
시험은 수요일 12시였고, 공부는 그 주 월요일에 시작했다. 미리 시험을 본 주변 친구들에게 들어둔 정보가 있어서 시험 준비 자체를 아주 만만히 봤다. 독일어 잘하는 친구도, 독일어를 거의 못하는 다른 친구도 다들 만점을 받았다며 이미 나에게 인증을 해 주었고, 이미 해당 기관에서 배포된 예시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에서 질문과 답이 아주 똑같이 나온다고 했다. 덕분에 그 친구들 모두 다 문제를 풀기 시작하고 나서 거짓말 안 하고 오분도 안 걸려서 나왔다고.
물론 독일어를 잘 못하는 그 친구는 시험 준비를 한 달을 했고 독일어를 잘하는 친구는 그냥 몇 달 전부터 틈틈이 핸드폰으로 한두 문제씩 풀어본다고 했지만 나는 그냥 쉽다는 거에만 꽂혀있었고, 그걸 핑계 삼아 공부 시작을 미루고 미뤘다.
월요일
풀근무하고 피곤한 상태로 거실 책상에 앉아 문제를 하나하나 보기 시작했다. 기출문제 310 문항에 서 33문제가 나온다고 했다. 시험이 쉬운 편이라길래 내 독일어 실력으로 그냥 술술 그날 저녁에 한 회독을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피디에프 파일은 아이패드에 담아두고 답을 볼 수 있는 온라인 시험 문항은 노트북에 띄어놓고 문제를 읽고 답만 표시하면서 넘기기 시작했다. 문제 두세 개 봤는데 벌써 피로가 몰려와서 침대에 잠깐 누웠다. 나를 두고 스위스로 이사가 버린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나 큰일 난 것 같아. 하고 전화했다. 이 시험은 기관마다 한 달에 몇 개씩 있지만 모두 정원이 꽉 차있어서 이미 6개월 이상 기다린 상태였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전혀 공부해 두지 않았으며, 휴가도 시험 당일날만 내놓았는데, 지금 너무 피곤하고, 이제 두 문제 봤는데, 아직 삼백 몇 문제가 더 남아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시간 그렇게 구구 절절 이야기를 나누며 누워있었더니 다시 기운이 났다. 다시 책상에 앉았다. 학생때와는 달리 반의반의 반 토막이 난 직장인의 집중력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닥친 시험 일자에 꾸역꾸역 문제를 읽어나갔다. 한 시간 반 동안 150문제를 훑어봤다. 문제보고 답 보고 넘어가는 식이었다. 정치 부분은 하나도 이해가 안 됐다. 한눈에 보고 이해 안 가는 부분은 다른 색으로 표시해 놓고 지나갔다.
화요일
또다시 회사에서 모든 기력을 소모해 버린 빈 껍데기 상태로 남은 150 몇 문제를 훑었다. 내가 독일어를 잘해봤자 아는 단어라고는 기초 어휘와 직무 관련 단어들인데 무슨 자신감으로 벼락치기를 하고 있는 걸까 자책하기 시작했다. 분데스탁 란데스탁 분데스 프레지던트 안게올드네테 등등 내가 독일 정치는 정말 하나도 몰랐구나 깨달았고 독일에 총리만 있는 게 아니라 대통령도 있다는 걸 알고 혼란스러웠다. 심지어 분데스 프레지덴트가 있고 미니스터 프레지덴트가 또 따로 있다. 독일 총리는 시민들이 뽑는 게 아닌데, 폭스가 분데스탁을 뽑고 분데스탁이 분데스 칸츨러를 뽑는다. 폴란드에서 무릎을 꿇은 칸츨러는 빌리브란트이고 독일 통일은 헬뭇 시기에 이루어졌다. 현 대통령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이고 현 총리는 올라프 숄츠다. 여기서 내가 아는 건 올라프 숄츠가 현 총리라는 것뿐. 나의 어리석음과 멍청함은 나중에 두고두고 박제해 놨다가 경각심을 좀 가지고 살아야겠지만, 당장은 벼락치기인 만큼 혼란에 빠질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빠르게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수요일, 시험 당일 아침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 두 시간 동안 빨간색으로 표시해 놓은 부분만 집중적으로 다시 보면서 단어 뜻을 찾아 노트에 키워드만 적고 이 회독을 마쳤다.
이동하는 30분 동안 지하철 안에서 아이패드 들고 다시 빨간색 표시한 부분만 봤고, 시험장 대기실에 도착해서는 20분간 노트 한 페이지에 적은 내용들을 보면서 달달 외우며 3 회독을 마쳤다. 대기실에는 전부 스무 명 정도 있었는데 벼락치기는 나뿐이었는지 다들 아무것도 보지 않은 채로 멍 때리고 앉아있었다.
시험 시작 시간인 12시, 가지고 온 물건들을 모두 대기실에 두고 바로 옆방의 시험장으로 이동했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시험이 바로 시작되지 않고 15분 정도 기다렸다. 올해 들어 한 순간이라도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던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시험을 보는 건 대체 몇 년 만이고 회사 일과 스트레스 해소로 빠져들었던 웹툰 외에 이렇게 뭔가에 집중한건 얼마만인지. 11월이라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회색빛에 인간미라고는 하나도 없었고 낮 12시인데도 불구하고 우중충했으며 보슬비가 끊임없이 내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평온했고 학생 때가 그리운 것 같다가 아닌 것 같았다가, 뭔가 울적한 일이 떠오를 것만 같아 생각을 멈췄다. 어쨌든 합격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날 목요일
출근 후 만나는 독일 동료들에게, 분데스칸츨러는 누가 뽑게? 란트탁스발은 몇 년에 한 번이게?? 오 맞췄네, 그럼 분데스탁스발은? 누가 뽑고 무슨 팔라멘트를 위한 거게???? 이런 질문을 던지며 돌아다녔다.
두 달이 훨씬 지난 후
결과지를 받았다. 33개 중에 30개나 맞았다니 생각보다 많이 맞췄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문제 중 하나:
회사에서 부당하게 잘린 경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계속해서 일하며 고용주에게 호의적으로 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