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항구와 엘베강
2022년 8월 31일 수요일
매달 마지막 날은 회사 일에 치이는 날이다. 연말이라 일도 쏠리고 그날 들어오는 업무들을 바로바로 해치워서 정산이 다음 달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바쁜 날인데 외국인청에서 비자 카드 받으러오라고 테어민도 이 날로 잡아준 덕에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하고, 6시 반부터 7시까지 화상 영어 수업받고, 7시부터 8시까지 이 날 있을 업무들을 미리 다 세팅하고, 8시에 외국인청 가서 또 한참 기다린 다음에 9시 반에 집에 돌아와서 다시 저녁 5시 반까지 헉헉 거리면서 일했다.
엄청 최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신 하나도 없고 머리가 아팠다. 밥도 제대로 못 먹어서 퇴근하자마자 저녁부터 허겁지겁 먹었다. 그리고 누워서 좀 쉬었더니 멘탈이 조금 회복되었다.
아침 일찍 외국인청에 다녀오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하루 종일 움직이지도 않고 뇌만 너무 혹사시킨 것 같아 저녁 8시가 넘었을 즈음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문 열자마자 현관문 앞에 놓인 와인 병 보고 또, 아, 또!!!!!!!!!! 진짜!!!!!!!!!!!!!
내가 사는 곳은 관광지 근처라, 콘서트가 자주 열린다. 그리고 그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저렇게 사과하는 편지와 함께 와인 선물이 문 앞에 놓여있다. 처음 와인 선물 받을 때는 마냥 좋았는데 일 년에 몇 번씩 밤 늦게까지 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별로 안 반갑다. 겨우 와인으로 퉁치려고 하다니!!
오늘은 엘베강을 따라서 서쪽으로 함부르크 항구를 따라 걸었다.
달이 진짜 예뻤는데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잘 안 담겼다.
페리 정류장
페리 하나 들어옴
다시 강을 따라 서쪽으로 더 걸어가면 엘베강 모래사장이 나온다.
버스
강둑에 앉아서 터미널 야경 구경하는 사람들
도착하니까 너무 어두워서 모래사장이 잘 안 보였다. 모래사장에서 야외 영화 상영을 하고 있었다.
근데 영화는 아니고 무슨 박테리아인지 벌레인지 동그라미들 사이로 꿈틀거리는 영상만 주구장창 나왔다.
되게 묘한 음향에 강 건너 터미널에서 들려오는 컨테이너 내려놓는 소리까지 퉁 퉁 울려서 뭔가 그럴 듯 하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