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5 푸푸 한 공항 숙박 후기
9월 10일 토요일 함부르크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S-Bahn을 타고 6시 50분에 도착했다.
기차 올 때까지 30분 정도 남아서 여유롭게 한국에 있는 엄마 아빠한테도 전화하고 느긋하게 앉아있었다. 그런데 7시 22분에 출발이면 기차가 적어도 5분 전에는 올 텐데 7시 20분까지 기차가 올 생각을 안 했다. 연착인 줄 알고 여전히 느긋하게 벤치에 더 앉아서 핸드폰을 하는데 Flixtrain이 이제 출발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식겁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같은 승강장 저 뒤편에 웬 기차가 하나 서 있었다.
앞에서 들어와서 앞으로 나가는 줄 알았는데 뒤쪽에 이미 정차를 해 놓고 내가 딴짓하는 사이에 들어왔었던 것 같다. 벌렁대는 심장을 안고 미친 듯이 달려갔다. 기차 운전석에 타고 있는 차장을 애타게 쳐다보면서 뛰었는데 나를 봐주지 않았다. 열차 첫 번째 칸을 열어보았지만 이미 잠겨있었다.
다행히 더 멀리 기차 중간 부분에 서 있던 직원이 이쪽으로 오라며 열려 있는 차문 앞에서 손을 크게 흔들고 있었다. 작은 캐리어는 손에 들고, 서두르느라 미처 정리하지 못해서 열려있는 배낭 뚜껑을 어떻게든 움켜쥐고 기차 중간에 유일하게 열려있던 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내가 기차 안에 들어가자마자 차 문이 열린 상태에서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다음으로 또 누군가 기차 옆에서 뛰면서 직원에게 지금이라도 타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는데 너무 늦었다며 거절당했다.
9월 10일 토요일 점심 프랑크푸르트
프푸에 사는 친구 한 명을 만나서 마라탕을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극찬을 하면서 먹었고 나중에 스페인 도착하고 나서도 여행 내내 마라탕이 계속 생각날 정도였다.
9월 10일 토요일 저녁 Lautzenhausen
Flibco 셔틀버스를 타고 한 공항에 내리자마자 호텔에 전화해서 픽업해 달라고 했다. Landhotel Airport-In이라는 호텔이었다. 특이하게도 리셉션 및 레스토랑 건물 따로, 호텔 방 건물 따로 떨어져 있었다. 리셉션에서 방이 있는 건물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서 캐리어 끌고도 1~2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처음 리셉션에서 다른 건물로 가야 한다고 했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호텔 안에 요리할 수 있는 부엌과 공용 거실, 테라스까지 잘 갖춰져 있었고 나름 아늑했다. 그런데 내가 간 날 비 오고 어둡고 사람도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조금 적적했다. 혼자 낯선 시골 한가운데에 고립된 느낌이었다. 호텔 방에 들어왔을 때는 무사히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까지 온 것을 자축하기보다는 그저 모든 게 찜찜해서 기분이 묘했다.
낯선 방에 하얀 커튼까지 귀신 나오기 딱 좋게 생겨서 침대 아래에 누구 안 들어가 있나 들여다봤다. 방도 사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고 내가 혼자 와서 49유로를 다 내서 그렇지 사실 두 명이서 25유로씩 반반 내고 이런 개인 방을 쓰는 거면 진짜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창문 열고 자연광으로 있으려니 좀 나았다. 나름 아늑하기도 하고.
짐도 다 풀고 걸어서 20분 거리에 큰 마트들이 있길래 동네 구경할 겸 밖으로 나섰다. 들판 한가운데에 있는 저 노란 집이 내가 토요일 밤에 묵은 호텔이었다.
들판.
끝없는 들판.
들판으로 시작해서 들판으로 끝나는 Lautzenhausen. 이날 마트 들려서 군것질 거리랑 물티슈 사고 호텔 들어와서 일찍 누웠다. 여행 계획 아직 하나도 안 짜서 이것저것 찾아보려고 했는데 모르는 건물에 혼자 있으려니 마음이 점점 불편해져 왔다. 결국 핸드폰 조금 하다가 하이쭝 빵빵하게 틀어놓고 얼른 잤다.